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 세종증권 인수 수차례 청탁
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7)씨가 정대근(65·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끈질기게 청탁을 넣었고, 농림부 장관 자리를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 심리로 3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전 회장은 “노씨가 사람을 한번 만나 달라고 전화한 뒤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이 찾아왔다”며 “부적절하다는 생각에 돌려보냈는데, 노씨가 다시 전화한 뒤 김 회장과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찾아와 ‘농협의 증권사 실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은 “노씨가 여러 차례 증권사 인수에 대해 물었고 호텔에서 만나 얘기하기도 했지만, 증권사 인수에 관여할 처지가 못 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에 나선 검찰은 “노씨가 ‘같은 까마귀니 가급적 부탁을 들어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같은 까마귀’가 고향 사람을 말하냐”고 묻자 정 전 회장은 “밀양은 그런 말 안 쓴다. 그런데 어감이 그런 뜻 아니겠냐”고 답했다.
정 전 회장은 또 노씨로부터 농림부 장관직을 제의받은 적 있냐는 신문에 “열린우리당이 전국구 의원 자리를 제의하기에 노씨한테 정치를 안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지나가는 말투로 ‘무슨 정치냐. 장관은 몰라도’라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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