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우음도 사건’ 수술흔적 보고 용의자 검거…강씨 연관없어
공사장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돼 신원조차 알 수 없었던 주검을 놓고 수사를 벌인 경찰이 성형수술을 단서로 범인을 붙잡았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고속도로 공사현장 갈대밭에서 백골 상태의 여성 주검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주검 발견 지역이 실종 사건이 많은 화성 지역이란 점이 경찰을 긴장시켰다. 이에 경찰은 부녀자 연쇄 실종사건의 희생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30여명의 형사를 투입했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좀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의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백골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숨진 이가 양쪽 광대뼈 축소수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치아감별과 성장판 조사에서 나이는 20~30대로 추정됐다. 이에 경찰은 전국의 성형외과 1700여곳에 주검의 광대뼈 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내 시술 여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지역 572곳의 성형외과를 돌며 직접 신원 확인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2000년 이후 광대뼈를 수술한 1949명의 명단이 확보됐고, 한 사람씩 소재를 파악하던 중 2006년 3월 서울 압구정동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한 곽아무개(30·여)씨가 2년째 연락이 끊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유골과 곽씨 가족의 유전자 대조작업이 이뤄졌고, 마침내 백골의 신원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어 곽씨가 살던 서울의 한 오피스텔 출입차량 조사를 통해 동거남 고아무개(34)씨의 존재를 확인하고, 고씨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고씨는 2007년 5월 오피스텔에서 곽씨와 돈 문제로 다투다 곽씨를 밀쳐 머리가 벽에 부딪혀 숨지자, 주검을 차량 트렁크에 실어 화성에 버린 뒤 곽씨 통장에서 6천만원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4일 고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화성/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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