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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게 진보죠”

등록 2005-05-13 14:27수정 2005-05-13 14:27

독자4인 편집국장 청문회

독자 기자들이 지난 4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권태선 편집국장을 만나 <한겨레> 지면에 대해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권 국장은 국내 종합일간지 첫 여성 편집국장이다. “한겨레는 왜 재미가 없는가?” “인터넷의 시대를 헤쳐나갈 복안은 있는가?” “여성 편집국장으로서 차별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등등 …. 질문은 두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독자 기자로 김종옥(42·교사)씨, 박형섭(39·변호사), 박진희(33·민주노총 증권업종본부 조직부장)씨, 민혜경(21·서울여대 일어일문학과)씨가 나서 주었고, 사회는 한겨레 편집기획부 안창현 기자 맡았다. 편집자 주




여성국장의 의미는 _ 약자의 시각이 진보찾기 보탬
독자와 왜 멀어졌나 _ 17년 의미 있었지만 역할 미흡
시대흐름 담아내려면 _ 독자와 경쟁하며 반걸음 앞설것

사회 = 안녕하십니까. <한겨레>가 창간 17돌을 맞아 제2 창간을 하려고 합니다. 제2 창간의 기본 방향 가운데 하나가 독자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다가서고, 한발 더 나아가 독자와 함께 지면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독자들이 권태선 편집국장을 단체로 인터뷰하는 청문회를 마련했습니다.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석자 소개 뒤) 묻고 따질 게 많다고 하셨으니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박진희(이하 희) = 국내 종합일간지 사상 처음으로 ‘여성’ 편집국장이 되셨는데, 그 의미는 뭔가요?

권태선(이하 권) = 편집국장이 여성이라는 점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잡아내는 데 유리하다고 봅니다. 아직 사회적 약자에 머물러 있는 여성의 경험이 한겨레가 진보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또 이런 점에서 제가 여성이라는 점만을 강조하는 것은 사양합니다.

희 = 혹시 ‘남성성을 체득한 여성’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권 = 제가 ‘명예 남성’이라고요? (일동 웃음) ‘나는 여성이면서 인간이다’, 이게 제 생각이죠.

김종옥(이하 김) = 제2 창간의 방향으로 ‘다시 독자의 품으로’를 내걸으셨습니다. 뭘 잘못해서 독자의 품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권 = 지난 17년간 한국 사회의 민주화 등에서 한겨레가 의미있는 구실을 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족했어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변화해 나갈 방향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김 = <미디어 오늘>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시대의 흐름에 반 발짝 앞서 가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이죠.

권 = 다른 신문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독자와 경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가 독자보다 조금은 앞서가야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에서 말한 겁니다.

박형섭(이하 섭) = 같은 인터뷰를 보면, ‘차별화한 관점’을 갖겠다고 했는데 어떤 관점을 의도하시는 겁니까?

권 = 한겨레의 차별성은 다른 신문과 견주자는 게 아닙니다. 무엇의 ‘안티 테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차별성입니다. 이 차별성은 한겨레가 서 있는 바탕이 어디인가에서 나옵니다. 사회적 약자, 인권, 생명, 평화 등의 관점이 필요하고 한겨레는 그런 관점에 서 있습니다.

민혜경(이하 민) = 인터넷 매체들과의 경쟁에서 많이 뒤처지는 것 같아요. 이걸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시나요?

권 = 그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일동 웃음). 인터넷 매체는 속보성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종이신문은 깊이 생각하고 총체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면을 만들어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려고 합니다.

김 = 독자와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을 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문을 마련하셨습니까?

권 = ‘한겨레 500인 독자클럽’을 준비하고 있어요. 정착되는 대로 더 확대할 생각입니다. 이 분들한테 지면도 제공하고, 옴부즈맨으로 불리는 ‘시민 편집인’을 선정할 권한도 드리려고 해요. 제작 과정에 독자들이 지혜를 모아 참여하는 전형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사회 = 한겨레 각 섹션에 대해 다양한 견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권 =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나오는 섹션 체제를 완전히 바꿀 겁니다. 경제면과 스포츠면을 1섹션으로 통합해 1섹션은 심층성 있는 뉴스 중심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특화된 섹션으로 갈 겁니다. 생명이나 생활 속의 이야기, 북리뷰나 사상의 흐름, 외국의 좋은 보도 등 교양인에게 호소하는 깊이있는 주말매거진을 준비하고 있어요.

민 = ‘함께하는 교육’에는 대학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김 = 입시 부담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성세대로 자괴감을 느껴요. 함께하는 교육을 보면, 유아나 초등 교육 쪽은 풍부한 내용이 많은 반면, 중등 교육은 소홀합니다. 중등 교육 현실에서 개혁해야 할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야 할 듯한데….

권 = 대학 교육은 1섹션에서 자주 다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도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데 조금도 이견이 없습니다. 중등 교육을 포함해 제도교육의 문제점은 1섹션에서 역점을 두어 보도하고 있어요.

박 = 한겨레만의 독자성, 사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기획이 적다고 느낍니다.

권 = 신문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 탐사보도, 기획보도를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로 ‘부장급 현장기자’를 두었습니다. 이 분들이 오랜 취재경험을 가지고 현장에서 깊이 있는 기사를 내놓을 겁니다. 각 팀들이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탐사보도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심층보도를 지속적으로 하겠습니다.

희 = 공익성이 강한 한겨레가 상업성이 강한 <에스비에스>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이동방송(디엠비) 사업을 함께 한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권 = 디엠비 진출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죠. 에스비에스가 이 분야에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디엠비 사업 제휴가 한겨레의 콘텐츠에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오히려 한겨레와의 사업 제휴가 에스비에스의 공익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걸로 기대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방송 산업 전반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희 =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한겨레의 시각이 매우 보수화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권 = 노동 문제는 한겨레에서 매우 중요해요. 제가 사회부장일 때 광고주가 ‘노동자들 편만 드는 신문’이라고 말하는 모습도 봤어요. 반면, 노동계는 ‘한겨레가 노동자의 처지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약자예요.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편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김 = 한겨레에 ‘스타 기자’가 없다는 지적도 있던데,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권 = 부장급 현장기자들이 스타 기자로 커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외부 필진도 새로운 시각을 갖춘 젊은 필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어요. 창간 기념호 이후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박 = 시간을 보니 마무리 질문이 될 것 같군요.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가져가는 화두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권 = 글쎄요, 제 인생의 화두는 ‘행복’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으로 가게 하는 길, 그것이 사회 진보라고 봅니다.

사회 = 제2 창간을 앞둔 덕담 성격의 말씀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말씀을 잘 새겨 듣겠습니다.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김종옥 독자기자 kjocosmos@hanmail.net


■ 청문회 뒤안길 : 즐거웠다, 소통할 수 있어서

독자 기자로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갑자기 매일 읽던 신문이 달라 보였다. ‘84년생’인 내가 ‘85학번’(박형섭 변호사님)과 함께 질문을 한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는 즐거웠다. 창간 17년만에 ‘제2 창간’을 추진하는 <한겨레>에 거는 기대도 컸지만,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던 까닭이다.

한겨레와 독자, 양쪽 모두 소통이 필요했다. 인터뷰가 즐거웠던 것은 소통의 즐거움이었다. 질문은 날카로웠고 답변은 정확했다. 허나 분위기는 둥글었다. 애정이 담긴 비판과 지적이었기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편집국장님의 인생의 화두가 ‘행복’이라던 마지막 대화가 잊혀지지 않는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겨레를 보면 행복해진다. 골치 아픈 세상 이야기가 결국 행복을 위한 것이라니…. 독자와 함께 하며 행복을 위해 나가는 한겨레의 미래가 그려진다. 민혜경 독자기자 swpress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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