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품위있는 죽음 대비 당연시해야”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가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무의미한 치료 중단과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처음 인정한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남겨 두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는 10일 뇌사 상태인 김아무개(76)씨와 그 자녀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연세대를 상대로 낸 연명치료장치 제거 청구소송에서 “김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며 1심과 같이 원소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생 가능성 없이 기계장치에 의해 연명되는 경우라면, 의사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에 근거한 환자의 치료 중단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치료 중단을 인정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회생 가능성 없는 사망 과정 진입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의사 표시 △생명 연장에 관한 의료행위로 중단 요구 대상 제한 △의사의 치료 중단 시행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뜻을 나타내기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평소 생활 태도와 인생관 및 종교관 등을 고려해 환자가 현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았다면 나타냈을 의사를 추정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인복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당부의 말씀’을 통해 “판결 취지가 오해돼 지금도 회복에 힘쓰고 있는 환자들이나 의료진, 가족들의 노력이 무의미한 것으로 폄하되고 오해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치료 중단 행위의 허용 요건이 지나치게 확대돼 압박으로 작용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더 나은 늙음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듯 이제 더 자연스럽고 품위 있는 죽음을 대비하는 것을 당연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황춘화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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