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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도연맹 학살’ 첫 국가 배상 판결

등록 2009-02-10 22:38수정 2009-02-10 22:48

“울산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200억 지급하라”
소멸시효 기준 ‘진실화해위 발표’ 때부터 적용
한국전쟁 초기 군·경이 전국적으로 저지른 양민 집단학살 사건인 국민보도연맹(이하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지영철)는 10일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407명의 유가족 508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20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950년 8월 울산경찰서 소속 경찰들과 군인들은 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적법한 절차 없이 이들을 총살했다”며 “국가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지급을 명한 금액에는 배상 인정액에 사망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자가 포함됐다.

이 사건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인 소멸시효를 민법과 국가배상법이 정한 3년이나 5년으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가는 “1960년 8월 유해 발굴 시점이 기준”이라며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한 반면, 유족들은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 때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맞섰다.

시효 문제에 대해 재판부는 “유가족들은 사건 이후 희생자들의 생사 여부, 학살자 명단, 학살 주모자의 명단을 국가에 요구했으나 아무 통지를 받지 못했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발표 뒤에야 구체적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생사 확인을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국가가 이제 와서 유족들이 진작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면서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며 “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적법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949년 좌익운동에서 전향한 이들을 중심으로 30여만명 규모의 반공단체인 보도연맹을 조직했다. 좌익운동과 관련 없는 이들도 상당수 가입한 보도연맹은 한국전쟁이 터진 직후 곳곳에서 집단학살 대상이 됐다. 학계에서는 10만~2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한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금까지 울산을 비롯해 3곳의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1951년 발생한 거창 양민학살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기각한 바 있어, 울산 보도연맹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될지 주목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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