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식당에서 이종격투기경기를 마친 직후 30대 출전선수가 숨진 것을 계기로 이종격투기의 위험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종격투기는 타격기(때리고 차고 찍는 무술)와 유술기(잡고 꺾고 던지는 무술)등 맨몸으로 구사할 수 있는 싸움 기술은 거의 모두 허용되고 있어 위험성은 복싱이나 레슬링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종격투기가 잔혹함으로 유명했던 고대 로마시대 `콜로세움(원형경기장)'에서 벌어졌던 `검투사들의 혈투'마저 연상케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종격투기계 관계자들은 "맨손으로 이뤄지는 경기이고 대부분 경기가오래 진행되지 않고 `한 방'에 뻗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사망 위험성은 낮은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이종격투기 기술지도 클럽 관계자는 "권투의 경우 글러브가 오히려 때리는사람의 충격을 완화시켜 심한 연속 공격을 유발할 소지도 있고 3분 경기, 1분 휴식으로 12라운드 경기가 장시간 진행되지만 이종격투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대회의 경우 참가 신청 인원이 많아 각종 대회 입상 경력 등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프로급 실력자를 골라낸 뒤 링에 올리지만 사고가 난 음식점에서 벌어진 경기에는 선수 조달이 원활치 않아 그야말로 `일반인'이 링에 오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이종격투기를 주관하는 단일 협회는 결성돼 있지 않으며 M, G, W,N사 등 단체나 업체들이 1~2년에 한 차례씩 수천만원의 우승 상금을 걸고 대규모 대회를 열고 있다.
이번 사망사고는 대규모 대회와는 달리 선수보호가 허술했던 소규모 경기에서빚어진 참극이라는 것이 격투기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사고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이 격투기 경기 개최 업체 N사와 계약을 하고 참가선수 모집과 경기 운영 등을 대행토록 한 뒤 거의 매일 저녁 이종격투기 경기를 벌여오다 발생했다.
해당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격투기 시합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밤 부상으로 경기를 중단한 직후 숨진 이모(35)씨는 수도권 모 대학 유도과를 나와 강원 원주시에서 정육점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부인과 5살, 1살인 두 딸의생계를 책임지다 지난해부터 모 체육관 소속 선수로 이종격투기 시합에도 출전해 왔다. 이씨는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지난해 여름 첫 경기를 치러 1승을 거뒀다.
해당 음식점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패배할 경우 대전료 10만원밖에 받지 못하며 이긴다 해도 40만원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K-1의 경우 대부분이 경기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선수이며 이들 중상당수는 다른 종목의 국가대표 혹은 프로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직업선수 위주 체제에서는 부상이나 사망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체육관측이 선수 양성과 훈련에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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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K-1 = 1993년 처음 개최한 이종격투기대회로 킥복싱(Kickboxing), 가라테(Karate), 쿵후(Kung-fu) 등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알파벳 'K'를 따서 만든 입식격투기대회. 고(故) 최영의 선생이 창시한 극진 가라테의 한 유파인 '정도회관' 관장 이시이 가즈요시가 처음 개최했다. 이종격투기는 방식에 따라 크게 입식타격기와 그래플링(Grappling)으로 나뉘는데, 입식타격기는 서서 주먹과 발을 이용해 가격하는 경기로 넘어졌을 경우 다운으로 인정되어 경기가 중단된다. 'K-1'과 한국의 '스트라이킥'이 대표적이다. 그래플링은 누르기, 조르기, 메치기 등 낭심 가격, 눈찌르기와 같은 제한된 공격기술만 제외하고 모두 허용되므로 입식타격기보다 더 폭력적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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