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여론호도’ 파문
수신자 지목 홍보담당관 “숨기고 말고 할 게 없어”
수신자 지목 홍보담당관 “숨기고 말고 할 게 없어”
청와대가 용산 참사 대응을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활용하라는 ‘전자우편 지침’을 경찰에 보냈다는 논란과 관련해 행정관의 ‘개인 행동’ 가능성 조사에 들어갔다. 반면에 경찰은 시종일관 “청와대로부터 어떤 형식의 지침이나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문제의 전자우편 수신자로 지목된 경찰청 홍보담당관은 12일 전자우편 수령 사실을 적극 부인하면서 청사 안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했다. 그는 “지난 4일 김유정 민주당 의원실 쪽에서 홍보담당관실의 ‘문서수발 목록’을 요구해 와 6일 제출했다”며 “우리가 청와대로부터 뭘 받은 게 없기 때문에 숨기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은 평소 청와대와 의사소통을 할 때 이동관 대변인실을 통한다”며 “국민소통비서관실에는 지인도 없고, 지금껏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광화 경찰청 대변인도 “경찰청 대변인으로 근무하며 청와대로부터 공적이든 사적이든 지시나 연락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문서수발 목록은 문서번호가 기재된 ‘정식 공문’만 기재하는 것으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전자우편 등은 기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홍보 지침’의 존재에 대해 확인을 요청한 직후 경찰이 내부적으로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며 고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용산 참사 수사과정에서 보듯, 경찰은 자신에 불리한 사안이 불거지면 일단 부인했다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드러나면 뒤늦게 말을 바꾸거나 뒤집는 행태를 보여왔다. 경찰이 전자우편 지침대로 연쇄살인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정황도 여럿 드러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홍보 지침이 사실로 드러나면 중립 의무가 있는 경찰이 범죄 수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또 청와대 지침을 집행했느냐와 관계없이, 눈만 뜨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경찰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성과 신뢰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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