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의지 의심…고려대는 “할 만큼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과 입시사고 의혹의혹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준비 허술과 고려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에 의혹을 말끔히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교협은 지난 13일 윤리위원회(위원장 이효계 숭실대 총장)에서 “내신 위주로 뽑는 2009학년도 수시전형을 두고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고려대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고려대는 △특목고 학생 대거 합격 이유 △일반고 학생의 당락 뒤바뀜 현상 △교과·비교과의 실질반영률 등을 즉각 재소명하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고려대의 소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고려대가 윤리위에서 특정 학교의 사례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는 적절치 않고, 위원들을 설득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교협은 고려대에 ‘즉각 재소명’을 요구하면서도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박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다음주에라도 2차 윤리위를 열어 고려대의 재소명을 들은 뒤 필요하다면 진상조사위 구성을 논의하겠다”고만 말했다. 대교협은 사안의 중대성에 견줘 조사 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교협은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말 진상조사 방침을 천명하고 11월 초 고려대의 소명서를 받았으나, 석 달 넘은 지금까지도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날 고려대가 학교 사례 위주로 해명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을 보면, 대교협이 고려대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명하도록 요구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고려대도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교협의 재소명 요구에 고려대는 “이미 할 만큼 했다”는 반응이다. 이정석 고려대 입학팀장은 “우리의 해명에 대해 위원들마다 이해도가 각각 다른 것이지 해명이 크게 부족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재소명 요구에 대해서도 “이미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대교협이 지난 3개월 동안 고려대 의혹을 밝히려고 한 일이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대학 자율을 외치면서 일개 대학의 위반 사실조차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다면, 대교협이 대학입시를 관장할 능력이 없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교협이 진상조사에서 고려대가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어기고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등 입시에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해도, 고려대에 대한 제재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보엽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자율화추진팀장은 “우선은 대교협이 시정조처 등 자율적으로 처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교협이 행정·재정적 제재 요구를 하면 그때 교과부 차원의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김소연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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