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이광재·이기명씨 등 소환 검토
은행 고위급에 대출압력 여부 가릴 듯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구속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검찰 수사가 유전 의혹 사건의 몸통을 찾아 달려가고 있다. 검찰은 다음주 중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황영기 우리은행장을 소환해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착수 경위와 은행 대출과 관련한 외압 의혹의 실체를 캐기로 했다. 또 이기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차관의 대출협조 요청 자리에 동석한 국가정보원 간부도 필요하면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 몸통은 누구?=감사원 조사 결과, 유전 의혹은 전대월(43·구속)·허문석(71·도피)씨 등이 주도한 사기극에 공명심 강한 왕영용(49·구속) 철도공사 본부장 등이 말려든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에서 이 사건은 실세 관료로 꼽히는 김 전 차관이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철도공사가 고유 영역이 아닌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배경에 여권 내 실세그룹의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청와대와 산자부 등에 두루 협조를 요청하고, 우리은행의 대출에도 직접 관여하는 등 자신있게 나선 배경에 믿을 만한 ‘배후세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인사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검찰은 왕영용씨의 진술과 철도공사 내부문건, 철도공사 간부들의 메모 등 이 의원의 연루 여부를 밝힐 단서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평소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 의원이 김 전 차관과 이 사업을 적어도 ‘의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잠적한 허문석씨를 여권의 유력인사들에게 소개해준 이기명씨도 다음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드러난 이씨의 행적으로 볼 때, 이씨가 이번 사건에 깊숙히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대출 외압 밝혀질까?=우리은행이 유전사업 계약금 620만달러를 대출하는 과정은 정치권 연계 여부를 가릴 또 다른 대목이다. 철도재단의 대출 요청에 대해 애초 ‘실사 후 대출’ 원칙을 세웠다가, 갑자기 방식을 바꿔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는지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쪽은 “코리아쿠르드오일과 철도공사 쪽에서 ‘러시아와의 계약이 깨지면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실사 조건을 철회했을 뿐 외압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도 은행 실무자들에 조사를 통해 실무급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낸 상태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지난해 7월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부행장 등 최고위 임원들을 만나 대출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전 차관 등으로부터 은행 고위급에 대한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 국정원 간부들이 있었던 사실은, 국정원 의 역할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김세호와 이광재 사이 박남춘 청와대 비서관
검찰이 김세호(52)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유전사업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로 지목함에 따라, 그와 이광재(40) 열린우리당 의원, 박남춘(47)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 사이의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차관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광재 의원을 네 차례 만나지 않았느냐?” “박남춘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저녁 먹은 적 있느냐?”고 추궁했다. 노대통령과 장관시절 인연
검 전 차관과 대학 선후배 김 전 차관과 박 비서관의 인연은 오래됐다. 두 사람은 행시 23회 동기인데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주변 사람들은 “서로 언제든지 불러서 만날 수 있는 막역한 관계”라고 표현한다. 박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할 때 총무과장으로 일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상황실(당시 실장, 이광재)로 들어가 선임 행정관으로 이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이 의원은 2003년 7월 국정상황실장 시절, 박 비서관의 소개로 김 전 차관을 처음 만났다. 이 의원은 “철도청 파업에 따른 노동자 징계가 많아 힘들어 하는 김 전 차관을 위로했고 대책을 협의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 뒤 이 의원과 김 전 차관은 이 의원의 당선축하모임, 김 전 차관의 승진 축하모임 등에서 4~5차례 만났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박 비서관이 주재하는 국정상황실 직원 환송회 모임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 전임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이 의원도 중간에 합류해 폭탄주 몇 잔을 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유전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온 전대월씨에게 허문석씨를 소개해 오래 전부터 의혹의 중심에 있었고, 박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유전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국정원 보고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6일 만에 자체 종결처리해 ‘보고누락’ 의혹을 산 바 있다. 세 사람의 친분관계가 유전사업에서도 얽혀 있는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은행 고위급에 대출압력 여부 가릴 듯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구속이라는 ‘큰 고비’를 넘은 검찰 수사가 유전 의혹 사건의 몸통을 찾아 달려가고 있다. 검찰은 다음주 중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황영기 우리은행장을 소환해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착수 경위와 은행 대출과 관련한 외압 의혹의 실체를 캐기로 했다. 또 이기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차관의 대출협조 요청 자리에 동석한 국가정보원 간부도 필요하면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 몸통은 누구?=감사원 조사 결과, 유전 의혹은 전대월(43·구속)·허문석(71·도피)씨 등이 주도한 사기극에 공명심 강한 왕영용(49·구속) 철도공사 본부장 등이 말려든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에서 이 사건은 실세 관료로 꼽히는 김 전 차관이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사건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철도공사가 고유 영역이 아닌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배경에 여권 내 실세그룹의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청와대와 산자부 등에 두루 협조를 요청하고, 우리은행의 대출에도 직접 관여하는 등 자신있게 나선 배경에 믿을 만한 ‘배후세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인사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검찰은 왕영용씨의 진술과 철도공사 내부문건, 철도공사 간부들의 메모 등 이 의원의 연루 여부를 밝힐 단서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평소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 의원이 김 전 차관과 이 사업을 적어도 ‘의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잠적한 허문석씨를 여권의 유력인사들에게 소개해준 이기명씨도 다음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드러난 이씨의 행적으로 볼 때, 이씨가 이번 사건에 깊숙히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대출 외압 밝혀질까?=우리은행이 유전사업 계약금 620만달러를 대출하는 과정은 정치권 연계 여부를 가릴 또 다른 대목이다. 철도재단의 대출 요청에 대해 애초 ‘실사 후 대출’ 원칙을 세웠다가, 갑자기 방식을 바꿔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는지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쪽은 “코리아쿠르드오일과 철도공사 쪽에서 ‘러시아와의 계약이 깨지면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실사 조건을 철회했을 뿐 외압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도 은행 실무자들에 조사를 통해 실무급에서 대출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낸 상태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지난해 7월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부행장 등 최고위 임원들을 만나 대출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전 차관 등으로부터 은행 고위급에 대한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 국정원 간부들이 있었던 사실은, 국정원 의 역할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김세호와 이광재 사이 박남춘 청와대 비서관
|
||||
검찰이 김세호(52) 전 건설교통부 차관을 유전사업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로 지목함에 따라, 그와 이광재(40) 열린우리당 의원, 박남춘(47)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 사이의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 전 차관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이광재 의원을 네 차례 만나지 않았느냐?” “박남춘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저녁 먹은 적 있느냐?”고 추궁했다. 노대통령과 장관시절 인연
검 전 차관과 대학 선후배 김 전 차관과 박 비서관의 인연은 오래됐다. 두 사람은 행시 23회 동기인데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주변 사람들은 “서로 언제든지 불러서 만날 수 있는 막역한 관계”라고 표현한다. 박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할 때 총무과장으로 일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상황실(당시 실장, 이광재)로 들어가 선임 행정관으로 이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 이 의원은 2003년 7월 국정상황실장 시절, 박 비서관의 소개로 김 전 차관을 처음 만났다. 이 의원은 “철도청 파업에 따른 노동자 징계가 많아 힘들어 하는 김 전 차관을 위로했고 대책을 협의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 뒤 이 의원과 김 전 차관은 이 의원의 당선축하모임, 김 전 차관의 승진 축하모임 등에서 4~5차례 만났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박 비서관이 주재하는 국정상황실 직원 환송회 모임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 전임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이 의원도 중간에 합류해 폭탄주 몇 잔을 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유전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온 전대월씨에게 허문석씨를 소개해 오래 전부터 의혹의 중심에 있었고, 박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유전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국정원 보고를 받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6일 만에 자체 종결처리해 ‘보고누락’ 의혹을 산 바 있다. 세 사람의 친분관계가 유전사업에서도 얽혀 있는지 주목되는 이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