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최대 30% 삭감 권고…“차별금지 위반” 지적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를 명분으로 삼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00여 곳의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30%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6일 “공공기관 임금이 높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와서, 10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채용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초봉이 3천만을 넘는 기관들은 삭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입사원 초임을 깎아 남는 예산으로, 올해 신입사원과 청년인턴 채용을 늘린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재정부는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임금수준을 조사했으며 초임이 적정수준보다 높은 기관은 자발적으로 삭감할 것을 요청하는 권고문을 이달 안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삭감률은 기관마다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초봉이 2천만원 초반 수준이라면 삭감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수출보험공사 등 이미 초임을 깎겠다는 계획을 낸 공공기관도 있다. 예정 삭감률은 인천공항공사 30%, 수출보험공사 25%, 전기안전공사 15%, 자산관리공사(캠코) 30%, 주택금융공사 30% 등이다. 재정부는 매년 기관장 인사평가 때 임금 조정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방안은 현행 노동관련 법령에 따라 보장된 노사간 자율적인 임금 및 단체협상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공공부문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준형 공공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정부는 신입사원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말하기 이전에 지난해 말 발표한 공공기관 인력감축안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계획대로 신입사원 임금 삭감이 이뤄질 경우 동일업무에 각각 다른 두 가지 임금테이블이 적용돼 차별금지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똑같은 업무를 하는 데 정당한 이유없이 임금차별을 하게 되면,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나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 조항을 들어 임금차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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