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판교 붕괴사고 수사…SK “소화전 물 새 지반약화”
터파기 공사 중 흙더미가 무너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 성남 판교 새도시 에스케이(SK)케미칼 연구소 공사장 붕괴 사고(<한겨레> 16일치 11면)는 허술한 안전조처 때문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에스케이건설은 지난해 9월26일 동판교 지역을 지나는 판교로 바로 옆에 ‘어스앵커’ 공법을 이용해 터파기를 한다며 한국토지공사에 토지이용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공법은 흙막이벽에 구멍을 뚫어 철근이나 강철선을 집어넣고 시멘트 등으로 채운 다음, 앵커를 만들어 흙막이벽을 잡아매는 공법이다. 토지공사는 이에 “이 공법은 도로가 내려앉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빗물관이나 상수도관 등 지하 매설물과 지질을 정밀하게 조사해 안전 조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같은 해 10월2일 토지사용 승인을 해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그러나 에스케이건설은 지난 15일 사고 직후 “공사 현장 옆 도로(판교로) 지하에 묻힌 상수도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지반을 약화시켜 붕괴사고가 난 것 같다”고 해명한 데 이어, 16일 경찰조사에서는 “지반이 약화된 것은 판교로 밑에 묻힌 소화전에서 물이 새어나왔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사고가 에스케이건설이 어스앵커 공법을 사용하면서 지하 매설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약화된 지반에 대한 정밀 지질조사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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