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호적상 남성이라도 30년간 여성으로 생활”
호적상 남성인 성전환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강간죄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고종주)는 18일 성전환자 박아무개(59)씨 집에 들어가 돈을 훔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신아무개(29)씨에 대해 절도 및 성폭력범죄처벌법의 주거침입 강간죄를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30년 전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의 신체조건을 갖추고, 여성으로서 성정체성이 확고하며, 개인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자타가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피고인 또한 범행 당시 피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했다면 피해자는 강간죄의 객체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부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성별 기재가 현재 공부상 남성으로 돼 있다고 해도 이는 출생 당시 신고된 성으로서 이후 성적 귀속감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확인한 피해자의 진정한 성을 표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사람의 성을 구분하는 데 과거에는 성염색체, 생식선 등 주로 생물학적 요소에 의존해 왔으나 정신의학적·심리적·사회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남녀를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1996년 비슷한 사건에 대해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성기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 능력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성전환 여성(당시 38살)을 ‘부녀’로 볼 수 없다며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신씨는 지난해 8월31일 아침 8시10분께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피해자 박씨 집에 들어가 박씨가 잠든 사이 박씨의 가방에서 10만원을 꺼내 훔친 뒤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 인기척에 깨어난 박씨를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성폭력범죄 처벌법의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로 신씨를 기소했던 검찰은 최근 재판부와 협의해 공소장의 주된 공소사실을 주거침입 강간죄로 변경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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