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사람 많이 다쳤다는데 걱정”
1000만원 광주대교구에 보내
“사람 많이 다쳤다는데 걱정”
1000만원 광주대교구에 보내
고 김수환 추기경이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희생자들을 걱정하는 편지와 긴급구호 자금 100만원을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보낸 사실이 29년 만에 밝혀졌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윤공희(86) 대주교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포위 봉쇄작전으로 광주가 완전히 고립돼 있을 때 김 추기경이 긴박한 상황을 걱정하고 희생자를 위로하는 편지를 보내와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윤 대주교는 “검열이 심할 때라 한 장짜리 편지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는 않았다”며 “편지에는 ‘광주에서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크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화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편지 안에는 당시로서는 꽤 큰 금액인 1천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 김 추기경은 광주에서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작전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썼고, 군의 교통 통제로 전달 방법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서울의 한 군종신부 편에 이를 보내도록 했다.
편지를 건네받은 서울의 한 군종신부는 상무대 군종신부였던 장용복 신부와 함께 80년 5월25일 계엄군과 시민군의 대치장소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국군 광주병원 앞에서 조비오 광주대교구 신부와 오병문 전남대 교수를 통해 윤 대주교한테 전달했다.
윤 대주교는 당시를 회상하며 “검열이 심할 때라 편지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기지는 않았지만 광주를 걱정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수표는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보내 희생자와 유가족을 돕는 데 썼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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