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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논리 그대로 수용”…소비자주권·표현의 자유 옥좨

등록 2009-02-19 20:36수정 2009-02-19 22:52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운동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대열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눈을 가린 법의 여신’을 그린 펼침막을 내건 채 판결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운동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대열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눈을 가린 법의 여신’을 그린 펼침막을 내건 채 판결 내용을 비판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광고불매’ 유죄 판결 논란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불매 운동에 대한 유죄 판결은 검찰 처벌 논리의 판박이일 뿐 아니라, 그동안 제기된 여러 반론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소비자운동을 크게 제약할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어렵게 키워 온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은 위력이 사용됐는지와,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고 누리꾼들을 상대로 항의 전화를 독려한 사실만으로 업무방해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다. 재판부는 “다수의 사람들이 수백 통의 전화를 했고, ‘숙제’, ‘공부’ 등 구체적인 항의 방법을 게시판에 올리는 등 피해 업체의 자유를 제한하기에 충분했다”며 “협박, 세력 과시 등으로 인해 광고계약 취소의 결과를 가져왔다면 자유로운 영업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처벌례 등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판례는 폭행, 협박, 사회적·경제적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위력의 형태로 보지만, 인터넷상의 의사 표현과 독려 행위만을 가지고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적은 없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다수 소비자들의 의견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판단”이라며 “업체들이 소비자 의견을 ‘위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비자운동이 존재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전화를 걸어 광고 중단을 요구한 이들은 기소되지 않았는데, 카페 개설자와 운영진들한테 이런 책임까지 묻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재판부는 “범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지하지 않은 결과 범죄행위가 발생했다면 행위 각각에 대한 개별적인 의사 확인 과정이 없었더라도 암묵적인 공모관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어느 장소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자고 인터넷에 공지한 이에게 그 집회가 불법적으로 변질된 책임까지 묻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사건 변호인단의 김정진 변호사는 “평화적인 소비자 의견 개진인데 일부 돌출 행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력을 썼다고 본 것은 지나치다”며 “카페 회원이 5만4천명인데 그들과 공모했다고 판단한 것도 과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도 “광고 불매 운동을 해 달라고 호소만 한 게 어떻게 위법한 행위냐”고 반문했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은 항소 방침과 함께 릴레이 단식농성과 항의시위 계획을 밝히며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기소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광고 불매 운동 처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누리꾼들을 기소한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소비자운동이 어디까지 합법이냐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줄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며 “유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철 김지은 권귀순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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