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법권 독립’
“지난해 3~5월 일부 단독판사들 만나 영장관련 원론적 얘기했을뿐”
“지난해 3~5월 일부 단독판사들 만나 영장관련 원론적 얘기했을뿐”
지난해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하고 형량 변경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5일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영장의 기각 사유를 변경하라거나 즉심에서 벌금형이 아닌 구류를 선고하라는 말을 단독판사들에게 한 사실이 없다”며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어 “판사로서 재판부에게 양형을 높이라고 주문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속영장 기각시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보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를 제시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각사유’ 등의 단어 자체를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오해할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3~5월 일부 단독판사들과 만날 일이 있을 때 ‘영장 발부나 기각 사유에 대해 검찰이나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설득력 있는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말은 했다”며 “형사수석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였다”고 주장했다.
허 부장판사는 또 “양형 편차가 크면 사법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양형 편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 관련 사건 8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밝혔듯이 (촛불집회 사건은) 주요·관련사건으로, 양형 편차를 줄이려는 차원에서 내가 결정한 일이며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대법관에게는 배당 이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독판사들이 지난해 7월 중순 ‘집중배당’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면서 ‘양형 편차를 줄여 달라는 얘기는 그만 좀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도 함께 했다”며 “그 외의 말들은 재판실무 등에 관한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했던 한 판사는 이날 “(허 부장판사가) 단독판사 중 일부에게 영장 기각 내용을 ‘소명 부족’으로 변경하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해당 판사가 그렇게 받아들였다”며 “즉심 판사에게도 형량이 더 큰 구류로 선고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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