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학 기부의 `화수분(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이르는 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이화여대가 야심을 품고 준비하는 미래형 캠퍼스인 이화캠퍼스센터 건립 기금으로 수백억원을 내놓기로 약정했다. 때문에 며칠 전까지 `이화캠퍼스센터(ECC)'로 알려졌던 이 시설의 이름이 `이화ㆍ삼성 캠퍼스센터(ESCC)'로 바뀌었다.
`이건희 사태'의 배경이 된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 4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연세대 120주년 기념 도서관 건립에도 300억원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이대에도 수백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 삼성문화재단은 이밖에 서울대에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을 `현물체납' 형식으로 기부하기로 했고 현재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사실 삼성의 대학 지원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삼성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서울과 지방 대학들에 꾸준히 기부금을 내놓거나 각종 지원을 해왔다.
삼성은 주로 산학협력 강화와 이공계 발전,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대학들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기부를 한 대학의 정확한 수나 지원 액수를 밝히길 꺼린다.
삼성 관계자도 지금까지 `수십개 대학에 수천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힐 뿐 구체적인 지원규모는 회사 내부 관계자만 알고 있다.
ESCC도 명칭까지 결정된 마당에 지원 규모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다만 `수백억'으로만 알려졌다.
기부자인 삼성이나 수혜자인 이대나 `알려줄 수 없다'거나 `잘모른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삼성이 기부하겠다는 액수와 대학이 희망하는 액수가 차이가 나 아직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삼성은 웬만해서는 대학 기부 사실을 외부에 먼저 알리지 않는다. 어느 대학에 얼마를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다른 대학들의 시샘어린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해야하는 데 그게 잘 안 되면 기업 입장도 난처해진다"며 "모든 대학이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하다가는 기업을팔아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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