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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신매매 넉달 ‘나타샤의 지옥’

등록 2009-02-28 09:58

“공장 취직”이란 말에 한국행
“성매매” 강요 마사지 업소로
브로커에 번돈 뜯기고 빚까지
신고하자 위장결혼 혐의 입건
“평생 흘린 눈물보다 지난 4개월 동안 한국에서 쏟은 눈물이 더 많아요.”

우즈베키스탄 여성 나타샤(29·가명)에게 한국은 ‘눈물의 땅’이다. 최근 서울 신설동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서 만난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온 한국.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지옥’이었다.

지난해 11월9일 그는 고려인 여성 김아무개씨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휴대전화 조립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김씨의 말에, 17개월 된 딸을 고향 타슈켄트에 남겨둔 채였다. 하지만 입국하자마자 그가 간 곳은 서울의 한 휴게텔이었다. 김씨와 연결된 국내 브로커 조아무개씨는 “손님들을 마사지하고 성매매도 해야 한다”고 했다. 나타샤가 울면서 항변하자 김씨와 조씨 등은 그를 서울의 한 집창촌으로 끌고 간 뒤 “말을 듣지 않으면 이곳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지난해 12월20일 나타샤는 누구인지도 모를 이들에 의해 경기 안산의 한 마사지 업소로 옮겨졌다. 그곳엔 몇몇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이 이미 ‘일’을 하고 있었다. 기회를 엿보던 그는 한국말을 잘하는 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에게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부탁했고, 결국 같은달 30일 동료 6명과 함께 업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뿐이었다. 그가 업소에서 번 350여만원은 입국수속비란 명목으로 브로커가 모두 가져갔고, 그들은 여기에 더해 “한국 남성과 위장결혼 하는 데 들어간 돈이 1500만원”이라며 갚기를 독촉했다. ‘돈 벌어 고향에 되돌아가 미용실을 차리겠다’던 나타샤의 꿈을 앗아간 브로커들은 여성 1명당 500만원씩을 받기로 하고 이들을 업소 등에 공급해 온 ‘인신매매범’들이었다. 브로커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종적을 감추었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1월 중순 나타샤를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혐의로 입건했다. 한국 남성과 위장결혼을 해 공공문서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강요’에 따른 것이어서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돕는 두레방 관계자들은 나타샤의 입건이 적절하지 않다며, 지난 24일 안산단원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박수미 두레방 상담실장은 “나타샤가 성 착취의 목적의 인신매매범들에게 속아 유인된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며 “경찰은 유엔이 정한 ‘인권과 인신매매에 대한 권고 원칙’에 따라 이들을 입건하지 말아야 했다”고 요구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입국했다고 해도 인신매매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죄를 물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나타샤는 지금껏 귀향을 미루고 있다. 그는 “나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기 위해 경찰이 브로커를 잡는 것을 두 눈으로 꼭 봐야겠다”고 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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