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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7돌 청년 한겨레 제대로 바꾸겠습니다

등록 2005-05-15 19:27수정 2005-05-15 19:27

“17살 한겨레, 생일을 축하해요~”

<한겨레>가 달라집니다.

지면을 확 뜯어 고칩니다. 독자와 소통할 제도와 장치도 만듭니다. 급변하는 언론환경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다시 창간한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누적된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겠다고 조급해하지 않겠습니다. 모자라는 점들을 독자와 함께 찾아가면서 하나하나, 하지만 제대로 바꾸겠습니다.

<한겨레>가 새롭게 태어나려고 합니다. 인적 없는 인제 방태산 적가리골 상류에서 만난 샘물은 고운 모래 틈에서 송송 솟아나고 있었습니다. 1급수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 한마리가 한겨레의 재창간 선언을 축하하려는 듯 샘물을 가로질러 갑니다. 인제/강재훈 기자


1섹션은 심층 기획기사 중심으로

“인터넷에 나오는데 뭐하러 신문 보나”고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문은 인터넷과 다릅니다. 다만 신문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보 홍수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정보의 갈증은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새 <한겨레>는 독자들이 목말라하는 정확하고 깊이있는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우리 사회 현안들의 본질을 꿰뚫는 심층 기획기사들로 1섹션을 만들겠습니다. 인터넷에도 나오는 기사를 놓고 경쟁하지 않겠습니다. 한겨레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기사로 겨루겠습니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민권사회·국제·문화·스포츠·사진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고참기자들이 다시 일선기자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동안 2섹션에 있던 경제와 스포츠면도 1섹션으로 돌렸습니다.

갈수록 세계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흐름은 실시간으로 우리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국제면을 늘리고 앞쪽에 배치합니다. 세계 주요 나라들에서 활동하는 26명의 역량있는 전문 인력을 국외 통신원으로 뽑았습니다.(통신원 명단 2면) 이들이 한겨레 특파원들과 함께 현장감 넘치는 국제뉴스를 전달할 것입니다.

2섹션은 재미와 감동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함께하는 교육’이 새로 단장해 월요일 아침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또 세 가지 섹션이 새로 나옵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건강과 환경 기사를 더한 생활·환경 섹션 8면을 내보냅니다. 소설가 김형경씨와 여성저널 <이프> 편집위원 박미라씨가 독자 여러분이 살아가며 부닥치는 고민을 상담하는 코너를 신설하고, 생활건강 기사를 늘렸습니다. 따뜻한 지면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섹션 이름도 사람의 체온, ‘36.5°’로 정했습니다.

목요일에는 영화·방송·대중음악·공연에 여행·패션정보를 보탠 12면짜리 대중문화·스타일 섹션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이름은 ‘100°’. 펄펄 끓는 감성을 전하겠습니다.

금요일에 발행하는 섹션 ‘18.0°’에는 에세이와 담론, 책과 문학 이야기를 타블로이드판 32면에 모았습니다. 18.0°는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한 대기 온도입니다.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김윤식(문학평론가)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 이재현(문화평론가) 김찬호(한양대 강의교수)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홍은택(전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최보은(전문 인터뷰어)씨 등 우리 시대 논객들이 한국 사회와 인물들을 탐구합니다. ‘한겨레 그림판’ 초대 화백으로 한국 시사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박재동 화백의 그림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없고, 다른 신문에도 없는, 지식과 사색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칼럼이 젊어집니다

5월13일치 신문 1면 ‘알림’을 통해 전해드렸듯이 사외 필진들이 젊고 패기 있는 필진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 그동안 ‘아침햇발’ ‘데스크 칼럼’ ‘전문기자의 눈’으로 나뉘어 실린 사내 칼럼들이 ‘아침햇발’로 통합됩니다. 또 신설되는 지식 칼럼 ‘유레카’(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금관의 감정 방법을 찾아낸 뒤 외친 소리, ‘알아냈다’는 뜻)는 독자들의 상식을 풍부하게 해드릴 것입니다.

독자와 주주에게 바짝 다가가겠습니다

‘한겨레 500인 독자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또 한겨레 6만여 주주와 독자가 직접 운영하는 ‘한겨레 가족 웹진’을 6월에 창간합니다. 한겨레 주주와 독자 중 웹진을 운용할 수 있는 분들을 매년 선발해 주주·독자가 직접 취재·편집을 하고 수익사업도 할 계획입니다.

신문의 속보 전달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6월부터 ‘속보 휴대폰 문자서비스(SMS)’를 합니다. 우선 구독료 자동이체 신청 독자를 대상으로 시험적으로 시행합니다. 현재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불배(배달 사고) 퀵서비스’를 6월부터 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5대 광역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합니다.

제대로 변신하려는 한겨레, 지켜보고 평가해주십시오. 독자 여러분의 지적에 겸허히 귀기울이겠습니다.


신록


-<한겨레> 창간 17돌에 부쳐

도 종 환

오월 나뭇잎은 빛깔보다 몸짓이 더 투명하다
나뭇잎 한 장 한 장에
싱그런 소녀의 몸짓이 스며 있다
그러나 새 순도 꽃봉오리도
밖에서 온 것은 없다
제 안에서 저를 밀어 올리는 몸짓을 눈치 채고
햇살의 부리로 톡톡 쪼아 껍질을 열어 준 것들이다
나무가 아름다울 때는 언제나 제 안에서
거듭날 때이다
추위를 견디느라 단단하게 얼어 있는
나무껍질을 깨고 나올 때나
꽃으로 아름다울 때도
나무는 아프게 제 안에서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버리고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꽃에 머물지 말고
푸르른 그늘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다시 태어나는 시간들만이 살아남아
나무의 일생이 되는 것이다
▲ 도종환

나무만 그런 게 아니다
아이의 모습에서 어른다운 골격과 목소리로
뼈를 바꾸는 열일곱 살도 그러하다
어디 열일곱 살만 그러하랴
역사도 나비 한 마리도
다 그러하리니



[사설] 제2창간 깃발을 올리며

시대적 소명을 안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한겨레>가 창간 17돌을 맞았습니다. 세계언론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민주 신문’으로 희망의 닻을 올렸을 때, 사회의 한 구석에는 이 여린 신문이 몇 달이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주와 독자와 국민의 뜨거운 성원이 있었기에 숱한 역경을 견뎌내며 항해를 지속할 수 있었고, 이제 시대상황과 사회적 여건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제2 창간에 나서려 합니다.

민주화를 넘어 화해와 통일로

17년 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그날의 감격은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1988년 5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공장 동네 한 모퉁이에서 <한겨레신문> 창간호가 낡디낡은 윤전기에서 빠져나오던 순간 신문사 구성원뿐만 아니라 참언론의 탄생을 직접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란 기치를 내건 새 신문은 냉전과 독재체제 아래서 불가침의 성역으로 뻗어 있던 요소들을 하나씩 들어냈습니다. ‘북괴’와 ‘중공’이라는 냉전 용어 대신 ‘북한’과 ‘중국’을 지면에 정착시켰고,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 노동현장의 살벌한 탄압과 블랙리스트, 의문사와 인권유린 등 권위주의 시대의 암흑 실태를 샅샅이 밝혔습니다.

한겨레의 역사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분명히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와 궤를 같이해 왔습니다. 동시에 민주화의 저변이 넓어질수록 우리의 설자리가 역설적으로 좁아지는 상황에 마주치게 됐습니다. 시련은 세 가지 방향에서 왔습니다. 첫째는 권위주의 체제의 해체에 따른 성역의 축소입니다. 우리가 외롭게 투쟁하며 사실상 독점을 해오던 담론의 무대는 이제 수많은 매체의 공유로 바뀌었습니다. 둘째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무너지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다양화·다분화됐습니다.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세력의 도덕적 우위는 국민의 정부 이래 무게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집단적 관심은 내면화·분절화하는 풍조로 바뀌었습니다. 셋째는 언론권력의 이상비대 현상으로 신문시장의 약탈적 행태가 극에 달했습니다. 물량위주의 오프라인 판매경쟁에다 뉴미디어의 다변화가 더해진 매체환경의 격변 속에서 한겨레는 체계적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헤맸습니다.

창간 17돌을 맞아 우리는 시대의 이런 도전에 맞서 얼마나 뼈아픈 혁신을 해 왔는지 자문해 봅니다. 과거의 관행과 타성에 젖어 결과적으로 편가르기에 안주했던 것은 아닌지, 경제·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생각에서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열린언론을 표방하면서도 독자를 포함한 시민사회와 대등한 관계로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일방통행식 뉴스 공급을 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고급 진보, 복합매체로 거듭날 것

우리는 극도로 불리한 여건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스스로 옷깃을 여미면서 제2 창간의 깃발을 다시 드는 것은 17년 전 내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과 ‘민중에게 자유를, 민족에게 통일을’이란 구호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그동안 민주화와 민족의 화해를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해야 할 일은 아직도 쌓여 있습니다.

우리는 복합미디어로서,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진보매체로서 네 가지의 지향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매체입니다. 최근의 핵위기 고조에서 보듯이 한반도는 언제 전화에 휘말릴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있습니다. 당장은 국내외 수구세력들의 발호를 막아서 무력 충돌의 길을 봉쇄하고 평화 정착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 시급합니다. 평화적 해결 움직임에 추진력이 붙으면 통일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가시권에 들어서리라고 봅니다.

둘째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매체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화해·협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으나, 역사논쟁, 과거사 청산 논란에서 나타나듯이 진정한 화해의 길은 멀고도 멉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을 밀고 나가겠습니다.

독자와 더불어 호흡하는 신문이 될 터

셋째는 민주화의 열매를 확대시키면서 민주화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매체입니다. 민주화가 많이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 소수집단은 곳곳에 있습니다. 초일류 기업의 활약상이 부각되고 있는 이면에 벼랑에 내몰린 노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혹상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계층 사이, 집단 사이, 지역 사이의 갈등구조를 슬기롭게 푸는 방안을 찾고 공동체적 삶을 이루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넷째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입니다. 독자들과 쌍방향으로 교신할 수 있는 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정보의 홍수에 빠진 독자들에게 나침반 구실을 하겠습니다.

우리의 다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주주, 독자와 깨어 있는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질책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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