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협회쪽 심의신청에 유명 환경블로거 글 문제삼아
일부 시멘트 성분의 유해함을 지적해온 한 유명 환경블로거의 글이 영구 삭제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시멘트 기업들이 가입한 한국양회공업협회는 최근 환경 블로그로 유명한 ‘최병성의 생명편지’에 올라온 글들 가운데 ‘쓰레기 시멘트’ ‘발암 시멘트’ 등의 표현이 막대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명예훼손 여부 심의를 신청했다. 방통심의위 통신분과특별위원회는 2월20일 “해당 글이 공익적 성격을 띠고, 특정 시멘트 회사가 아닌 협회가 명예훼손 신고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문 결과를 통신심의소위원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25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에서 일부 위원들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삭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자며 최종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블로그 운영자 최병성 목사는 “방통심의위가 공익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 목사는 국내 시멘트 회사 감시 활동으로 2007년 미디어다음 블로거기자상 대상과 2008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운동 부문 대상을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지금까지 심의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도록 규정한 방통위 설치법 25조를 거의 따르지 않고 사업자에게 바로 시정 요구를 해 왔다. 시정 요구를 받은 포털은 문제의 글을 삭제하거나 심할 경우 블로그를 폐쇄해야 한다. 포털이 권고사항인 시정 요구를 따르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통신분과특위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시정 요구 결정을 내려 다음이 글을 삭제하면 최 목사는 민사소송 이외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우려했다. 방통심의위의 시정 요구는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누리꾼이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도 불가능하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명예훼손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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