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미산골프장 건설 막아낸 강정근 신부
7년 만에 미산골프장 건설 막아낸 강정근 신부
손해배상·행정소송 등 우여곡절
“문제 파헤칠수록 비리·유착 나와” “이젠 평범한 신부로 살기는 어려울 듯해요.” 꽃샘 진눈깨비가 내리던 3일, 경기 수원시 매산로 경기도청 정문 앞의 허름한 비닐천막에서 노숙 농성 49일째를 맞은 강정근(55·사진) 신부가 모처럼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햇수로 7년째. 2002년 11월 경기 안성시 양성면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서 3㎞ 떨어진 미산리 일대 109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승인 신청에 대해 경기도가 지난 2일 조건부 승인을 부결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결코 짧지 않았지만 강 신부는 한결같이 골프장 백지화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안성 대천동 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인 2003년 5월이었죠. 김대건 신부를 모신 미리내 성지 바로 인근에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을 짓고자 개발업자들이 주민들 터를 사들인다기에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섰죠.” 하지만 길은 평탄치 않았다. 한강유역환경청의 2003~04년 2번의 부동의 및 반려, 2006년 행정소송에서 석연치 않은 패소, 골프장 사업자의 가톨릭계에 대한 90억원대 손해배상소송과 30억원대 매수 제의 등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기도와 선교’를 자신의 전부로 알았던 13년차 한 신부의 삶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강 신부는 “골프장 문제를 파헤칠수록 개발 사업과 관련한 공권력의 비호와 유착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 등이 미산골프장은 단순히 환경문제나 미리내 성지와 관련된 천주교 쪽의 ‘떼쓰기’가 아닌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라며 나섰고 평범했던 강 신부가 22일의 단식과 49일의 노숙 농성을 불사한 배경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산골프장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골프장 업자와 안성시장 비서실장 등 4명이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안성시의 허위공문서 제출 사실에 이어 강 신부가 주장해온 입목축적(산림밀집도) 엉터리 조사 등 많은 문제가 경기도의 현장 확인에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신부는 ‘빙산의 일각’이라 했다. “골프장 사업을 앞두고 이뤄진 두 차례 대규모 간벌 등 각종 탈·불법 사실들을 고발해온 우리에게 김문수 경기지사는 뭐랬나요? 편협한 집단이라 했죠. 이제라도 김 지사는 공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수원/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문제 파헤칠수록 비리·유착 나와” “이젠 평범한 신부로 살기는 어려울 듯해요.” 꽃샘 진눈깨비가 내리던 3일, 경기 수원시 매산로 경기도청 정문 앞의 허름한 비닐천막에서 노숙 농성 49일째를 맞은 강정근(55·사진) 신부가 모처럼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햇수로 7년째. 2002년 11월 경기 안성시 양성면 천주교 미리내 성지에서 3㎞ 떨어진 미산리 일대 109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승인 신청에 대해 경기도가 지난 2일 조건부 승인을 부결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결코 짧지 않았지만 강 신부는 한결같이 골프장 백지화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안성 대천동 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인 2003년 5월이었죠. 김대건 신부를 모신 미리내 성지 바로 인근에 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을 짓고자 개발업자들이 주민들 터를 사들인다기에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섰죠.” 하지만 길은 평탄치 않았다. 한강유역환경청의 2003~04년 2번의 부동의 및 반려, 2006년 행정소송에서 석연치 않은 패소, 골프장 사업자의 가톨릭계에 대한 90억원대 손해배상소송과 30억원대 매수 제의 등의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기도와 선교’를 자신의 전부로 알았던 13년차 한 신부의 삶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강 신부는 “골프장 문제를 파헤칠수록 개발 사업과 관련한 공권력의 비호와 유착이 더 큰 문제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 등이 미산골프장은 단순히 환경문제나 미리내 성지와 관련된 천주교 쪽의 ‘떼쓰기’가 아닌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라며 나섰고 평범했던 강 신부가 22일의 단식과 49일의 노숙 농성을 불사한 배경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산골프장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골프장 업자와 안성시장 비서실장 등 4명이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안성시의 허위공문서 제출 사실에 이어 강 신부가 주장해온 입목축적(산림밀집도) 엉터리 조사 등 많은 문제가 경기도의 현장 확인에서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강 신부는 ‘빙산의 일각’이라 했다. “골프장 사업을 앞두고 이뤄진 두 차례 대규모 간벌 등 각종 탈·불법 사실들을 고발해온 우리에게 김문수 경기지사는 뭐랬나요? 편협한 집단이라 했죠. 이제라도 김 지사는 공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수원/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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