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수뇌부가 촛불집회 관련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 배당하고 구속영장 심리 등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판사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송승용 울산지법 판사는 2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사법부를 흔드는 두가지 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의혹의 실체가 존재한다면 허만 형사수석부장판사의 독자적인 판단인지,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대법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인지 등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판사는 이어 “판사들의 근무를 평가하는 자리인 형사수석부장의 말은 간섭이 되고 압력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단독판사들이 목소리를 낸 것이라면 법관의 독립에 대한 침해에 맞서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판사는 판결로만 말해야 하며 판사들의 가벼운 입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는 내용의 한 신문 칼럼을 언급하며 “소신있는 판사의 자유로운 영혼을 짓밟고 정의를 말하려는 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정렬 서울동부지법 판사도 최근 “재판에 영향을 주는 말을 한 판사나 거짓말을 한 판사 모두 사법부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그런 분들이 앞으로 부장판사, 법원장이 되면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번 파문 초기에 진상 규명을 요구했던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3일에도 글을 올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요사건이라는 이유로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가 임의 배당을 하도록 하는 우리 대법원 예규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항”이라며, 임의 배당 방식은 판사의 재판권과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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