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후보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서 의원들의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간집회금지 위헌제청 상관없이 재판 진행해야”
작년 법원장때 판사들에 수차례 선고 독촉
‘대법원장 생각도 비슷’ 언급…진상규명 필요
작년 법원장때 판사들에 수차례 선고 독촉
‘대법원장 생각도 비슷’ 언급…진상규명 필요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촛불집회 관련 사건 재판에 간섭하고 선고를 독촉하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여러 차례 판사들에게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촛불사건 몰아주기 배당에 이어 법원 수뇌부가 재판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대법원은 진상규명팀을 꾸려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14일 ‘대법원장 업무보고’라는 제목으로 판사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촛불사건의 조속한 재판 진행을 요구했다. 그 닷새 전 박재영 전 판사가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상태여서, 같은 쟁점을 지닌 사건들의 재판이 한꺼번에 중단될 수 있는 상황에서다. 신 대법관은 “오늘 아침 대법원장님께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가 있어, 야간집회 위헌제청에 관한 말씀도 드렸다. 대법원장님 말씀을 그대로 전할 능력도 없고, 적절치도 않지만 대체로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으신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하여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대법원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위헌제청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유보하지 말고 진행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신 대법관은 지난해 11월6일과 24일, 26일에도 “부담되는 사건들은 후임자에 넘겨주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미덕”이라며, 조속한 재판 진행과 마무리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제가 알고 있는 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외부(대법원과 헌재 포함)의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법원장이 특정 사건 재판에 간섭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고, 특히 정치적 사건에 개입한 대목은 사법부의 독립성에도 의문을 던지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런 취지를 신 대법관에게 전달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전자우편 내용이 공개되자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책임자로 하고 법관 5~10명으로 진상규명팀을 꾸려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이날 “이메일로 재판에 간섭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필요한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 “법원을 정작 흔들고 있는 것은 법원 내부 상층부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신 대법관은 당장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촛불집회 참가자를 변호했던 한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10월16일로 선고가 예정된 사건에 대해 판사가 “위헌제청 결과를 보고 선고하고 싶다. 좀 미루겠다”고 해 3일 전에 변론재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신 대법관이 촛불사건 재판 속행을 요구하는 전자우편을 판사들에게 보낸 10월14일에 재판 재개가 결정된 뒤 12월18일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박현철 김남일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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