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선택권 말했다고…
지난해 12월 실시된 중학교 1·2학년 대상 ‘전국 시도연합 학력평가’ 때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한 사립학교 교사 한 명이 또 교단을 떠나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학교법인 염광학원은 5일 염광중 황철훈 교사에게 오는 10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황 교사가 지난해 12월 학력평가 때 자신의 반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는 등 학력평가 거부를 유도했다는 이유로 서울 북부교육청이 지난달 16일 중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황 교사의 반에서는 35명 가운데 5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르지 않고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황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시험을 보지 말라고 한 적이 없고, 다만 일제고사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을 뿐”이라며 “교사로서 너무나 정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광학원은 징계위에 회부됐다는 이유로 이미 황 교사를 직위해제한 상태다.
‘황철훈 교사 부당징계 철회 및 일제고사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오후 염광중 정문 앞에서 황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금까지 일제고사와 관련해 파면·해임된 교사는 서울지역 8명, 강원지역 4명 등 모두 12명이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학교비리 검찰 고발했다고…
서울의 한 사학재단이 학교 비리를 폭로한 교사를 중징계하기로 해, ‘보복성 징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 양천고 관계자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의 말을 종합하면, 학교법인 상록학원은 지난달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학교 김형태 교사를 중징계(파면·해임)하기로 결정했다. 상록학원 쪽은 “김 교사가 학교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등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했고, 품위 손상 등 교원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지난해 학교의 비리를 교육청 감사실에 제보했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전교조 서울지부와 함께 학교를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번 징계는 비리를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양천고는 지난해 특별자습실비 4250여만원을 부당하게 걷은 사실 등과 관련해 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아, 교장·교감 등이 ‘경고’를 받았다.(<한겨레> 2008년 6월17일치 13면)
학교가 징계에 나서자 학부모·학생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해 ‘징계철회 서명’을 받는 등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 학생인 이아무개(17)군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비리를 저지르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선생님을 징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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