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사실이 드러난 지난 5일,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지금껏 제기됐던 의혹을 다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6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쏟아낸 발언이나 당사자인 신 대법관의 해명을 보면, 법원의 진상조사 의지가 불과 하루 만에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촛불 ‘코드배당’ 조사지휘 법원행정처장 또 책임자로
시민단체 “신망받는 외부인사 참여해야 국민 납득” 이 대법원장은 이날 “판사라면 그런 걸로 압력을 받아서 되겠냐”고 말했는데, 이는 신 대법관이 전날 “그런 메일을 보고 압력을 느꼈다면 판사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한 내용과 매우 비슷하다. ‘대법원장의 뜻’을 언급한 전자우편 내용에 대해서도 이 대법원장은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며 신 대법관을 옹호하는 말을 했다. 이미 대법원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듯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또 그 결과를 외부 여론이 믿어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날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고 이태운(연수원 6기) 서울고등법원장과 최완주(13기)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는 주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조사단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법원은 ‘촛불 배당’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말 대법원 윤리감사실에서 긴급조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에는 신 대법관이 보낸 전자우편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조사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당시 조사를 사실상 지휘했던 김 처장이 이번에도 책임을 맡았고, 핵심 조사 대상이 대법원장 및 대법관이라는 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조사단을 법원 내부 인사로만 구성한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날 대법원에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내면서 “국회와 재야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신망받는 인사가 참여해 조사를 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 주체로 나설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윗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원 조직의 관료화가 이번 파문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다시 법원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판사들이 맡으면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과정에서 젊은 판사들이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으려면 외부 인사의 참여는 물론 비밀이 보장되는 ‘블라인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상조사단이 강제로 불러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익명성 보장 장치는 더 필요해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왜 이런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지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가 본질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시민단체 “신망받는 외부인사 참여해야 국민 납득” 이 대법원장은 이날 “판사라면 그런 걸로 압력을 받아서 되겠냐”고 말했는데, 이는 신 대법관이 전날 “그런 메일을 보고 압력을 느꼈다면 판사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해명한 내용과 매우 비슷하다. ‘대법원장의 뜻’을 언급한 전자우편 내용에 대해서도 이 대법원장은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며 신 대법관을 옹호하는 말을 했다. 이미 대법원장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듯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또 그 결과를 외부 여론이 믿어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날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하고 이태운(연수원 6기) 서울고등법원장과 최완주(13기)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는 주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조사단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법원은 ‘촛불 배당’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말 대법원 윤리감사실에서 긴급조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에는 신 대법관이 보낸 전자우편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조사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당시 조사를 사실상 지휘했던 김 처장이 이번에도 책임을 맡았고, 핵심 조사 대상이 대법원장 및 대법관이라는 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조사단을 법원 내부 인사로만 구성한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날 대법원에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내면서 “국회와 재야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신망받는 인사가 참여해 조사를 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 주체로 나설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윗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원 조직의 관료화가 이번 파문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다시 법원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판사들이 맡으면 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과정에서 젊은 판사들이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으려면 외부 인사의 참여는 물론 비밀이 보장되는 ‘블라인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상조사단이 강제로 불러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익명성 보장 장치는 더 필요해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왜 이런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지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가 본질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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