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이건희 소동 후유증’ 고대 총학도 ‘탄핵’?

등록 2005-05-16 15:42수정 2005-05-16 15:42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총학생회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 온 학생모임인 `평화고대\' 소속학생(오른쪽)이 16일 교내 총학생회를 방문, 탄핵안에 찬성하는 서명용지 사본을 전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총학생회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 온 학생모임인 `평화고대\' 소속학생(오른쪽)이 16일 교내 총학생회를 방문, 탄핵안에 찬성하는 서명용지 사본을 전달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현장] “고대인에 씻지못할 상처” 2300명 고대생 ‘탄핵’ 발의

이건희 명예 철학박사 학위수여식 저지시위로 인해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던 고려대가 시위 학생 징계와 총학생회 탄핵을 놓고 학생들간의 충돌이 확대되고 있다.

이건희 저지시위 뒤 시위학생들과 총학생회쪽의 폭력성을 문제삼았던 ‘평화고대모임’쪽은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총학생회 탄핵안을 제출했다.

평화고대모임은 16일 오전 고대 학생회관 앞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희 저지시위와 관련한 총학생회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모두 2457명이 참여해 이중 2350명이 총학생회의 탄핵에 동의했다”며 “학칙에 따라 총학생회 불신임 총투표를 결의하는 서명운동을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평화고대모임 “총학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안지켰다”

2450명 총학 탄핵에 찬성, 발의안 제출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서 벌어진 소동에 대해 총학생회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 온 학생모임인 `평화고대' 소속학생들이 16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학생회 탄핵안을 발의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평화고대모임 이승준(25·국문과 3)씨는 “(이건희 저지시위가) 평화적 시위에 대한 약속을 위반한 명백한 폭력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우리는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선언적 약속을 여러 차례 총학생회에 제기했으나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총학생회가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탄핵발의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사과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데도 총학은 이를 방관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진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또 “총학생회 간부들이 이건희 저지시위에 참여해 시위대의 주장이 전고대생의 목소리인 양 언론에 보도돼 기쁘고 즐거워야 할 100주년 기념일을 우울하고 가슴 졸이며 보내야 했다”며 “무책임한 소수에 의해 자행된 시위로 학교와 학생들, 졸업생들까지 고대인들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즐거워야 할 100주년을 우울하고 가슴 졸이며 보내야 했다”

“소수에 의한 시위로 고대인에 씻을 수 없는 상처 남겨”

이씨는 또 “고려대 100년 역사상 초유의 총학생회 탄핵 발의는 지금까지 학생운동에 경종을 울리고 뒤돌아 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고 2450명의 학우들의 목소리가 사태의 책임이 있는 소수의 학생들에 의해 무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탄핵안 발의를 끝으로 평화고대모임을 해산하겠다”며 “앞으로 일반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모여 비뚤어진 학생운동의 나침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를 비롯해 평화고대모임 회원들은 30여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생회관에 있는 총학생회실을 찾아가 유병문 총학생회장에게 탄핵발의안을 접수했다. 유 총학생회장은 “학생회 회칙대로 처리하겠다”며 “오늘 중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겠다”고 짧게 대답한 뒤 서명용지를 받았다.

총학생회 “학생회칙대로 처리하겠다”

다함께 고대모임 “진보 학생운동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

▲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소동과 관련, 16일 오후 총학생회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 온 학생모임인 `평화고대' 소속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총학생회 탄핵안을 발의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총학생회는 앞서 홈페이지(www.kutogether.net)에 탄핵을 추진하는 평화고대모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이건희 저지시위에는) 연인원 200여명의 각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였고, 주최 쪽이 없는 대신 자유발언대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집회였다”며 “우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을 두고 총학생회가 모든 상황을 주도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탄핵까지 거론하는 과도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집회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책임이 3700명이 넘는 학우들의 투표로 당선된 총학생회의 탄핵사유로 합당하지 않다”며 “ “총학생회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총학생회는 “풍부한 토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평화고대는 10일에 있었던 시위에 관련한 자유토론회 참석도 거부했다”며 “평화고대의 입장은 상당부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함께 고대모임도 16일 낸 유인물에서 “평화고대는 학우들의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진정한 의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포장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여왔다”며 “이들이 억지와 생떼로 총학생회를 공격하는 것은 총학생회로 대표되는 진보적 학생운동 세력의 활동 자체에 타격을 주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생들도 찬반 엇갈려…결과 예측못해

총학생회 탄핵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고려대 홈페이지 게시판과 총학생회 게시판은 이건희 저지 시위의 찬반을 둘러싼 논란에서 총학생회 탄핵에 대한 찬반으로 논쟁이 옮겨가고 있다.

이성은(21·컴퓨터교육학과 2)씨는 “평화고대모임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보지 않고 학생들의 폭력만을 문제삼고 있다”며 “평화고대모임이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입지를 넓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탄핵찬반 투표가 붙는다면 당연히 반대에 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준필(20·경영학부 1)씨는 “삼성의 기부금을 받아 삼성관을 모두 지은 다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틀렸다”며 “총학생회가 고대생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을 폭력적으로 막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5·영문학과 3)씨는 “삼성이 기부금을 내 학교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학위수여식을 막은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총학생회를 탄핵할 사유가 되는 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탄핵 찬반 투표가 붙는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투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학생들의 엇갈린 반응에 따라 총학생회 탄핵 총투표가 실시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대학교수들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짓밟지 말라”

▲ 2일 이건희 저지 시위를 벌였던 ‘다함께 고려대모임' 소속 학생 10여명이 4일 오후 학교 후문에서 자신들의 시위가 정당했다며 학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박종찬 기자


한편, 학교쪽은 시위에 참석한 ‘다함께고대모임’ 서범진 대표를 비롯해 안형우 사범대 학생회장 , 이유미 문과대 학생회장, 홍명교 경영대 학생회장, 조영관 정경대 학생회장 등 학생 5명의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징계와 관련해 이 학교 강수돌 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황상익 서울대 교수 등 전국의 대학교수 28명은 15일 “징계계획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대학은 사회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건희 저지시위를 한 학생들은 대학 본연의 역할인 성찰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며 “그럼에도 학교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권리까지 강제로 침해하려는 것은 오늘 한국대학의 현 주소가 어디인지를 우려스럽게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또 “학교가 학생들의 징계를 결정한다면 이는 매우 반교육적인 처사”라며 “사회 안팎의 여론을 귀담아 듣고 이성적인 판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도 성명을 내어 “이건희에 대한 명예 철학박사학위 수여는 학교 규정을 따져봤을 때 정당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을 폭력적 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고려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천박함을 드러내고 벼랑 끝 한국 사회의 위기의 원인에 대해 자신들의 무지를 미신으로 전화시키려는 ‘퇴행적 저능아’들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전학대회 3분2 찬성이면 탄핵 총투표 실시

고려대총학생회칙에 따라 재적인원의 10분의 1(1800명)의 서명을 받으면 총학생회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중앙운영위원회는 5일 이내 전학대회(과학생회장 이상 참석)를 소집해 임시의장을 임명하고 전학대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총회 또는 총투표 안건으로 상정한 뒤 총회ㆍ총투표 실시여부를 결정한다. 총회나 총투표를 통해 정회원의 과반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인원의 과반수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하면 총학생회장단은 사퇴해야 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