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어정지구 6명…농성 자진해산·자수에도 구속
적절한 철거보상비와 대체 거주지를 요구하며 1년 넘게 농성을 벌이다가 큰 충돌 없이 경찰에 자수한 세입자 11명 가운데 6명이 구속됐다.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참사’ 이후 정부가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에 대해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들의 주거권 투쟁은 여전히 불법의 족쇄에 갇혀 있다.
경기 용인경찰서는 도시개발사업지구인 용인 어정가구단지의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한 뒤 화염병 등 과격 시위 도구를 갖고 농성을 벌인 혐의(재물손괴·특수 공무집행 방해 등)로 오아무개(47)씨 등 6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2007년 12월19일부터 올해 3월2일까지 1년2개월 동안 사업구역 안의 2층 건물 옥상에 높이 14m 규모의 망루를 설치하고 철거보상금 인상과 이주단지 조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이들은 다른 세입자들과 함께 지난 2일 스스로 망루에서 내려와 망루를 철거한 뒤 용인경찰서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들은 심각한 물리적 충돌을 빚은 적은 없지만, 화염병과 엘피(LP) 가스통, 시너 등 위험 물질을 망루에 쌓아 놓았고, 망루에 새총을 설치하고 골프공을 쏴 차량을 부순 적이 있으며, 집달관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등 죄질이 나빠 구속 수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속된 세입자들의 가족들은 “구속된 사람들이 대부분 40~50대 가장들인데다, 재개발 사업조합과 원만하게 합의해 고소·고발도 취하한 상태”라며 “1년 넘는 농성 동안 심각한 물리적 충돌도 없었고 농성 뒤 자진 해산해 경찰에 자수했는데 이들의 절반을 구속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농성을 푼 세입자들은 주거권을 보장받기 위해 1년 이상 망루에서 사실상 고립·구속 상태에 있었다”며 “일이 원만히 타협된 만큼 하루빨리 이들을 생업 현장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