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신기루를 깨자]
<한겨레>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6년 동안의 재개발·재건축 금품 비리 사건을 샅샅이 훑어봤다. 그 결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서민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에서 벗어나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려는 건설사들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설사들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 간부들과 공무원에게 금품을 뿌리고, 조합은 시공사 선정, 분양가 결정, 설계 변경, 부대시설의 분양 등 재량권을 이용해 리베이트를 챙긴다.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자는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반대파를 제압한다. 공공기관이 이를 수수방관하는 순간 재개발을 둘러싼 거대한 ‘비리 구조’가 비로소 완성된다.
부패를 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제 구실을 다하면 된다. 지자체들은 현재 재개발·재건축 지구 지정과 각종 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다. 여기에 시공사 선정,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확정짓는 관리처분계획 등 조합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투명하고 올바르게 진행되도록 살피는 ‘감시자’의 역할이 추가돼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보증인’의 역할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조합 비리는 시공사가 조합 쪽에 운영비를 대여하는 순간 발생한다. 지자체는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사업권을 담보로 조합에 대출을 알선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후 건축비는 조합원 분담금, 아파트 분양대금, 상가 등 부대시설 분양 수익금 등으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주민들을 부추기고, 사업권을 확보하려고 조합 집행부나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뿌릴 필요가 없어진다. 그 대신 경쟁입찰을 통해 공사를 따낸 뒤 적정 이윤만 가져가면 된다. 조합에서도 사사로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건설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일반 조합원들에게 공개돼야 할 정보를 엉터리로 제공하거나 감추고, 서류를 위조하고, 조합비를 음성적으로 지출해 소송을 당할 이유가 없어진다.
문제는 정부의 결단이다. 그동안 검찰·경찰·국가청렴위원회 등은 도시 재정비사업이 조합과 건설사들 사이에 개발 이익을 나누는 부패형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재개발을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패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윤순철/경실련 시민감시국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