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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철저히 현금만 이용 ‘정태수와 닮은꼴’

등록 2009-03-23 21:07수정 2009-03-23 23:51

자녀수사 뒤에야 ‘자물쇠 입’ 열어
정치권 전체를 살얼음판 위에 올려놓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마당발 인맥과 통 큰 로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그는 신발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부산·경남의 대표적 상공인으로 성장했다. 1990년 유명 연예인과 재벌들의 히로뽕(필로폰) 투약 사건인 ‘재벌-연예인 환각 매춘’ 사건에 연루돼 이미지가 실추된 그는 이후 김해를 중심으로 대규모 장학사업을 벌이며 지역 유지로 변신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 현 여권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고,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의 친분을 매개로 참여정부 인사들의 후견인 구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른바 통 큰 로비로 유명하다. 참여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박 회장은 정치인들을 후원할 때도 기분에 따라 ‘내가 좋아서 아무 계산 없이 돕는 것’이라며 돈을 툭툭 던지는 스타일로 알려졌다”며 “이 때문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경남지역 의원은 “2004년 총선 때 ‘위에서 지시를 받았다. 당신은 돈도 없지 않으냐. 내가 선거 비용 일체를 다 대줄 테니 열린우리당으로 오라’는 제안을 박 회장한테서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의 로비 행태가 1997년 ‘한보 사태’의 주역이었던 정태수 회장의 방식과 ‘닮은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과 정 회장 모두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철저하게 현금만을 이용해 정·관계에 광범위한 로비를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한보 정 회장은 측근들을 이용해 ‘사과상자’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뿌렸고, 박 회장 역시 검찰이 행방을 파악하고 있는 돈만 수백억원대에 이른다.

박 회장의 무차별 로비 탓에 전·현직 정·관계 인사 30여명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점도 비슷하다. 97년 한보 사태 때에도 정치권에 떠돌던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는 현실로 나타났다. 정치인 33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를 비롯해 정치인과 은행장 등 10명이 무더기로 구속될 만큼 파장이 컸다.

현금을 제공하더라도 곧바로 청탁을 하지 않고 이른바 ‘보험’의 성격을 띤 경우가 많은 점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 초기 박 회장은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97년 한보 수사 때도 정 회장은 ‘지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침묵해 검찰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결국 검찰의 압박에 버티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자신의 자녀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시점에서 입을 열었다. 정 회장은 검찰 수사 때 장남이 계열사 불법지원 혐의 등으로 기소되고, 경영 후계자였던 셋째아들마저 검찰이 구속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박 회장의 경우에도 태광실업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박 회장 자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검찰 수사에 활기가 돌았다.

신승근 석진환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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