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홍기태 실무추진1팀장(왼쪽)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개추위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 확정안에 대한 기자설명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수 추진단장이다. 김정효 기자 hyo
배심원 의견 ‘권고적 효력’만 인정키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공동위원장 한승헌 변호사)가 16일 전체위원회를 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방안 △국민참여재판 시행 방안 △재정신청 전면 확대 방안 등 3개의 사법제도 개혁안을 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 개별 정원 150명 이하로
국민참여재판 5년 시범시행뒤 2012년부터
재정신청 전범죄 확대…한차례 항고 거쳐야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로스쿨 도입안은, 교육인적자원부가 3년제 석사학위 과정의 개설을 인가해 주는 형태로 2008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스쿨 설치 대학은 법학부를 폐지하는 대신 150명 이하의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또 20명 이상의 교수를 확보하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실무경력자 4명 이상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은 2007년부터 1년에 100~200건 정도의 재판을 5년 동안 시행한 뒤, 제도를 더 다듬어 2012년부터는 완성된 형태의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하기로 했다. 피고인의 동의를 받은 주요 형사사건의 재판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재판에 참여하는 5~9명의 ‘배심원’은 무작위로 선정하되 배심원의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을 인정하기로 했다.
재정신청은 적용 범위가 모든 범죄로 확대된 대신, 남용의 폐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한 차례 항고를 거치게 했다. 기각됐을 경우 신청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사개추위가 이번에 의결한 안건은 모두 법안 형태로 만들어져 9월 법무부를 통해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검찰의 반발로 이번 전체위원회에 상정되지 않은 증거법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20일 소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재정신청 모든 범죄로 확대되면
법원재판 헌법소원 낼 수 없어 재정신청 제도가 모든 범죄로 확대되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못 미더워 했던 국민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인이 사건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기소를 요구하는 제도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직권남용 등 3가지 범죄에 대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적용 범위가 늘어난 만큼, 검찰의 불기소로 억울함을 느끼는 고소·고발인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권리구제 효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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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정신청 확대로 그동안 ‘항고→재항고→헌법소원’의 순서를 밟던 불기소 사건에 대한 불복 절차는 ‘항고→재정신청’으로 간단해진다. 또 현행법상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낼 수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사건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현재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의 60% 가량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헌법해석’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결정 기간을 현행 ‘접수 뒤 20일 이내’에서 ‘접수 뒤 3개월 이내’로 여유를 뒀다. 관할법원도 현행 고등법원에서 상대적으로 인력의 여유가 있는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바꿨다. 이와 함께 일단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지금은 재판부가 미리 사건기록을 볼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기록이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에게 먼저 보내진다. 사개추위는 “지금처럼 사건 재판부가 미리 기록을 보고 변호사를 지정할 경우, 재판부가 미리 예단을 갖게 될 수도 있다”며 “모든 것을 법정에서 가리는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맞추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로스쿨 도입 향후일정·문제점
전체 정원등 구체안 없어 논란 예고
1200명선 유력하나 시민단체 반발 변수
법대학장협 “기득권 지키기” 확정안 거부 로스쿨 특별법안은 △도입 시기 △설치될 대학과 정원을 정하는 절차 △대학의 로스쿨 운영기준과 신입생 선발 절차 △로스쿨의 평가와 감독 등 새로운 법조인 양성에 필요한 기본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학들이 선정될지, 입학정원은 어느 수준으로 할지, 로스쿨에 입학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입학정원이나 인가심사, 입학시험 등과 관련된 준비는 교육부에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0월 만들어질 교육부 산하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이 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법학교수 4명과 판사, 검사, 공무원, 시민 등 11명으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내년부터 로스쿨 신청대학을 심사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고, 개별 대학의 정원까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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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교육부 장관이 법원, 법무부, 변협, 한국법학교수회장 등과 협의해 로스쿨 전체 정원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사개추위가 이번에 각 학교의 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전체 정원은 현행 사법고시 합격자 1000명선을 유지할 수 있는 1200명 정도가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교수단체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날도 ‘전국법과대학 학장협의회’와 ‘법학교육 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이 “사개추위의 확정안은 법조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연간 3천명의 변호사 양성을 주장하는 ‘사법개혁3000국민연대’도 지난주 출범했다. 로스쿨 평가기관인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를 대한변협 아래에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로스쿨이 설치된 2008년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국민참여재판 내용·전망
미국 배심제·독일 참심제 혼합 형태 국민참여재판 방안은 미국식 배심제와 독일식 참심제가 혼합된 형태로, 일종의 ‘한국식 배심제’의 실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무죄의 판단만을 시민들에게 맡기는 배심제나 시민이 처음부터 법관과 상의하는 참심제와 달리, 2007년 도입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처음엔 배심원들만 유·무죄를 판단하게 하기로 했다. 또 유죄 판단이 섰을 경우에는 시민들이 법관과 함께 양형을 논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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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의 의견은 원칙적으로 만장일치제로 하되, 의견 통일이 되지 않을 경우 법관과 함께 토론한 뒤 다수결로 유·무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배심원 의견의 ‘강제력’은 인정하지 않고, 권고적인 효력만 인정했다. 사개추위는 “강제력을 갖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적 장치일 뿐이고, 법관 역시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법관이 배심원의 의견과 다른 판결을 하게 되면, 판결문에 배심원의 의견을 따로 기록하도록 했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법정에서 따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배심원의 의견을 문서로 남겨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사개추위는 이번 국민참여재판의 성공은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재판에 참여하는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배심원은 법원 관할 구역의 20살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하기로 했다. 출석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마련하긴 했지만 강력한 강제조항이 되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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