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의 16대손 정구선(70)씨
생태문화마을 조성 계획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1536~93) 선생의 후손이 송강 고택 일대를 자연환경국민신탁에 기증했다.
정철의 16대손 정구선(70·사진)씨는 24일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지실마을 일대 토지 4만㎡와 건물 3개 동을 자연환경국민신탁에 내놓았다.
기증한 토지는 <성산별곡>의 무대였던 장원봉 자락 임야 3만3000㎡, 한국전쟁 때 건물 7개 동이 불타 버린 정철 고택 터 2300㎡ 등 시가 20억원어치에 이른다. 고택 터에는 1616년 정철의 4남 홍명이 선친의 작품을 정리하려고 지은 사랑채 ‘계당’(溪堂)도 아직 남아 있다. 또 계당이 있는 만수동 계곡은 4차례 낙향한 정철이 백일홍과 대나무를 관상하며 ‘만수명산로’(萬壽名山路)라고 노래할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주변에는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산실인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등 누각·정자들이 흩어져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소다.
정씨는 “400년 넘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개인의 힘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공유재산으로 내놓으면 국민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신탁 쪽은 정철의 고택을 애초 모습대로 8동 규모로 복원해 ‘송강 문학의 집’을 만들고, 주변의 역사유적과 자연경관을 살려 ‘생태문화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민신탁은 27~28일 지실마을 일대에서 워크숍을 열어 송강마을 조성 방안을 논의한다. 밀알신협과 일신금고에서 근무했던 정씨는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 의장,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의장, 광주환경시설공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환경운동에 관심을 보여왔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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