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의없어 배상한도 제한”…주민들 항고키로
법원이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건을 일으킨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확정되면 삼성중공업은 이미 공탁한 56억원 이상의 책임은 지지 않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부(재판장 고영한)는 24일 삼성중공업이 ‘해상사고를 일으킨 선박 소유자는 고의나 중과실 사고가 아니면 책임액의 한도가 제한된다’는 상법을 근거로 낸 책임제한절차개시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태안 사태가 삼성중공업의 고의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님이 인정되며, 주민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이 책임제한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태안 주민 7500여명은 지난해 6월 사고를 일으킨 해상크레인 바지선의 소유업체인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1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 재판 과정에서 청구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제한 결정이 확정되면 주민들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 이상의 배상액이 선고되더라도 56억원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은 지난해 10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액이 5663억~6013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태안특별법에 따라 이 기금의 보상한도 3216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은 최대 피해추정액 6013억원까지 선보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정부가 선보상 뒤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태안 사고와 관련해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지난달 기름을 유출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쪽이 낸 책임제한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여 유조선 선주의 배상책임 한도를 1425억원으로 제한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유조선 선주 쪽에 이어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책임제한 결정이 나오자, 피해 주민들은 항고 방침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주석(전 태안보상투쟁위 사무국장)씨는 “법원이 성급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 주민들을 대리하는 나지원 변호사는 “결정문을 검토하는 대로 항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현철, 태안/송인걸 기자 fkcool@hani.co.kr
박현철, 태안/송인걸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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