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곳 중 11곳서 청석면 발견…“시청 철거땐 없었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교실이 이달 초 내놓은 서울 태평로 옛 삼성 본관 주변의 석면오염 실태조사 결과에 삼성 쪽이 이의를 제기해 지난 11일 이뤄진 2차 조사에서도 삼성 본관 주변 곳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이 조사는 시민환경연구소와 삼성 쪽이 언론을 입회시킨 가운데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애초 공동조사에 동의했던 삼성이 “조사 절차가 협의되지 않았다”며 불참해 이번에도 환경단체 단독조사로 이뤄졌다.
시민환경연구소는 25일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석면 함유 건축자재 철거가 이뤄진 삼성 본관 주변 반지름 280m 안에 있는 건물 주변 바닥과 옥상, 시설물 위 등에서 17개 먼지·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65%인 11개 시료에서 독성이 강한 청석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삼성 본관 뒤 공중전화 부스 아래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석면에 오염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노동부와 환경부는 삼성 본관 주변의 석면 오염에 시민들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시급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 본관 리모델링 시공사인 삼성에버랜드는 이번에도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청석면이 불검출된 것으로 나온 자체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시민환경연구소가 오염된 시료 채취장비를 중복 사용하는 등 조사 방법에 오류가 있으며, 삼성 본관 주변에 석면먼지 유발 가능성이 있는 공사장이 13곳이나 있어 시민환경연의 조사로 삼성 본관의 석면유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청석면은 삼성 본관과 같은 대형 건물의 철골에 주로 사용됐으며, 서울시청,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등 과거 석면 제거가 이뤄진 다른 건물 주변에서는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삼성이 오염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삼성 본관 주변에서 발견된 석면이 주로 청석면이라는 사실은 이들 석면이 삼성 본관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가리킨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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