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직접참여 등 검증절차 법제화 필요
“공직자의 윤리, 고위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절차는 법으로 구체화할 때가 됐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엄격해진 도덕적 잣대와, 고위 공직자들의 연쇄 ‘낙마’를 부른 허술한 검증 틀 사이의 ‘틈’을 메우려면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공직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핵심 윤리를 법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검증 절차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태범 방송대 교수(행정학)는 17일 “공무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막상 기준과 원칙이 무엇인지는 막연하거나 모호하다”며 “그 때문에 도덕적 흠결이 있는 고위 공직자의 진퇴 여부가 여론의 반발 정도에 따라 결정되는, 우스운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령으로 돼 있어 구속력이 약한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의 핵심을 추려 미국의 ‘정부 윤리법’과 같은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직 후보자를 찾고, 평가하고, 검증하는 절차도 법제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개화·투명화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내규 형태로 돼 있는 지금의 관련 규정은 법적 근거가 취약해 충분한 검증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각종 법률이 강화되면서, 공직 후보자의 납세·병역·재산내역 등을 세밀하게 검증하는 데 여러 제약이 따르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물론 “참여정부 들어 인사제도 전반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학계 등 청와대 바깥에서도 나온다. 공개적인 인재 추천(자천·타천)을 제도화하고, 개방형 정무직을 넓힌 것 등은 권위주의 시대의 밀실·정실 인사에 견주어 획기적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사의 최초 단계인 추천과 물색부터 후보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은밀히 진행하는 지금 체제를 그대로 둘 경우, 고위 공직자의 ‘낙마 사태’는 얼마든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의 공직자 물색은, 폐쇄성에서 과거의 ‘알음알음형’과 다르지 않다.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추천하고, 민정수석실이 검증하는 시스템은 기준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검증 기간은 4~5일로 지나치게 짧고, 검증기구(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도 규모와 권한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국민들의 민감도가 한층 높아진 ‘이해 충돌의 가능성’을 공직 임명 이전에 충실히 검증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후보자 본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이헌재 전 부총리의 위장전입 문제도 사전에 걸러질 수 있고, 진대제 장관과 같이 관련 업체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사람이 관련 부처의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주식을 팔든지 ‘백지신탁’에 맡겨야 한다. 윤 교수는 “위법이나 탈법 사실이 있으면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거나 후보자 스스로 중도 포기를 하게 되지만, 이해 충돌 가능성은 본인도 잊고 있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처럼 본인에게 그 ‘가능성’을 꼼꼼히 적어내게 한 뒤 공직 임명 전, 일정 기간 안에 해소하도록 강제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인선, 특히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은, 미국의 그것과 견주어 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이 분야를 연구한 한국행정연구원의 박홍엽 박사(행정학)는 “인선 시스템 전반의 폐쇄적 운영이, 미국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고위직 인사의 대상과 범위를 정한 ‘백악관 인사청문 부여법’을 두어, 정실인사 시비를 차단했다. 공직 후보자의 물색·추천, 약식 검증과 본격 검증 및 책임 소재는 견제·균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 인사실(PPO)과 대통령 법률고문실이 각각 나눠 맡고 있다. 미국 대통령령 제10450호와 12968호는 연방수사국과 정부윤리처 등이 후보자 검증에 참여하는 법적 근거를 이룬다. 철저하기로 ‘악명’이 높은 이들 기관의 검증은 후보자가 적어내거나 열람에 동의한 문서와 자료들을 토대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탐문 조사’는 필수다. 후보자가 근무한 옛 직장의 동료·상사 등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는 절차다. 검증 기간은 대략 1개월이지만, 국무 장관과 같이 지위가 높고 하는 일이 중요하면 더 길어지기도 한다. 박 박사는 “강동석 장관의 경우, 미국식의 탐문 조사가 이뤄졌다면 임명 전에 하자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회도 이런 맥락에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은영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절차 전반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인기 의원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검증이 강화되면 인력풀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재를 폐쇄적·보수적으로 뽑아온 관행을 버리라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모’를 강조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인재 추천 코너인 ‘삼고초려’에 들어가 보면 몇 가지 추천 서식을 올려 놓은 것이 전부다. 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정부가 어떤 자리에 어떤 자격을 갖춘 인재를 몇 명이나 필요로 하는지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게 돼 있다. 윤 교수는 “지금과 같이 문호가 닫혀 있으면, 능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라도 ‘공직 접근성’을 가진 인적 네트워크에 들어 있지 못하면 공직 진출의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다”며 “‘사회적 이동성’을 열어놓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특히 최근 들어 국민들의 민감도가 한층 높아진 ‘이해 충돌의 가능성’을 공직 임명 이전에 충실히 검증하려면, 초기 단계부터 후보자 본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이헌재 전 부총리의 위장전입 문제도 사전에 걸러질 수 있고, 진대제 장관과 같이 관련 업체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사람이 관련 부처의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주식을 팔든지 ‘백지신탁’에 맡겨야 한다. 윤 교수는 “위법이나 탈법 사실이 있으면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거나 후보자 스스로 중도 포기를 하게 되지만, 이해 충돌 가능성은 본인도 잊고 있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처럼 본인에게 그 ‘가능성’을 꼼꼼히 적어내게 한 뒤 공직 임명 전, 일정 기간 안에 해소하도록 강제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인선, 특히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은, 미국의 그것과 견주어 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이 분야를 연구한 한국행정연구원의 박홍엽 박사(행정학)는 “인선 시스템 전반의 폐쇄적 운영이, 미국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고위직 인사의 대상과 범위를 정한 ‘백악관 인사청문 부여법’을 두어, 정실인사 시비를 차단했다. 공직 후보자의 물색·추천, 약식 검증과 본격 검증 및 책임 소재는 견제·균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 인사실(PPO)과 대통령 법률고문실이 각각 나눠 맡고 있다. 미국 대통령령 제10450호와 12968호는 연방수사국과 정부윤리처 등이 후보자 검증에 참여하는 법적 근거를 이룬다. 철저하기로 ‘악명’이 높은 이들 기관의 검증은 후보자가 적어내거나 열람에 동의한 문서와 자료들을 토대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탐문 조사’는 필수다. 후보자가 근무한 옛 직장의 동료·상사 등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는 절차다. 검증 기간은 대략 1개월이지만, 국무 장관과 같이 지위가 높고 하는 일이 중요하면 더 길어지기도 한다. 박 박사는 “강동석 장관의 경우, 미국식의 탐문 조사가 이뤄졌다면 임명 전에 하자를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회도 이런 맥락에서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이은영 제1정책조정위원장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 절차 전반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정자치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인기 의원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검증이 강화되면 인력풀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인재를 폐쇄적·보수적으로 뽑아온 관행을 버리라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모’를 강조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인재 추천 코너인 ‘삼고초려’에 들어가 보면 몇 가지 추천 서식을 올려 놓은 것이 전부다. 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정부가 어떤 자리에 어떤 자격을 갖춘 인재를 몇 명이나 필요로 하는지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게 돼 있다. 윤 교수는 “지금과 같이 문호가 닫혀 있으면, 능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가라도 ‘공직 접근성’을 가진 인적 네트워크에 들어 있지 못하면 공직 진출의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다”며 “‘사회적 이동성’을 열어놓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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