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26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와이티엔>(YTN) 사옥 앞에서 열린 ‘노종면 와이티엔 노조위원장, 이춘근 문화방송 피디 석방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두 사람의 석방을 촉구하며 촛불과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도 넘은 언론탄압] 언론인 구속·체포 비판 목소리
언론계·시민단체 분노 확산
엠네스티 “인권침해 조사”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요청
언론계·시민단체 분노 확산
엠네스티 “인권침해 조사”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요청
24일 노종면 <와이티엔>(YTN) 노조위원장 구속에 이어 25일 이춘근 <문화방송>(MBC) 전 ‘피디수첩’ 피디까지 체포되자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정권퇴진운동’을 거론하며 한층 격화된 반응을 보였다. 현역 언론인의 잇단 구속과 체포는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주의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분출했다. 특히 국제앰네스티가 노 위원장 구속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 조사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요청하고 ‘국경 없는 기자회’가 한국 언론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처음으로 내기로 하는 등 나라 밖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와이티엔 노조는 국제앰네스티가 노 위원장 구속의 인권침해 여부 조사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요청한 사실을 25일 밤 알려왔다고 이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다음주 이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한국에 온 ‘국경 없는 기자회’ 아시아담당 뱅상 브로셀은 26일 와이티엔 노조를 방문해 “언론인 구금 등이 일어나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민주화된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 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27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돌아가면 한국의 방송과 인터넷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3주 안에 낼 계획”이라며 “이는 한국의 언론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에서 한국에 대해 특별보고서를 내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조합원 2200명 모두가 잡혀가도 언론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란 성명을 낸 뒤 시사교양국 피디들 중심으로 이 피디 체포에 항의하는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한국방송>(KBS) 노조도 성명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이라면 누구라도 언론탄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케이비에스 노조 5천 조합원은 언론자유를 짓밟는 어떤 기도에도 옥쇄를 각오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인을 잡아가두는 일은 국제적인 지탄을 초래하는 심각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유린”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학자들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검찰이 특정 시사 프로그램 내용까지 재단하겠다면 언론은 정부 말만 받아써야 한다”며 “정부의 언론인 체포는 현 정권이 국민의 시선과 여론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마이동풍’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언론 시민단체인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이창근 공동대표(광운대 교수)도 “피디수첩 제작진이 검찰 출석 요구에 따를 필요가 있었다”면서도 “국가권력이 언론에 개입하면 언론이 위축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직 언론인 구속이란 초강수를 쓰는 것은 오는 6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종료 후 국회 표결 상황에서 맞닥뜨릴 언론운동 진영과의 재충돌에 대비한 ‘비판언론 예봉 꺾기’란 분석도 제기된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는 6월이 오기 전에 비판언론의 상징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후반기 내내 발목 잡힐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애초 26일 저녁 7시 와이티엔 앞에서 열기로 계획했던 ‘노종면을 생각하는 촛불문화제’를 이 피디 체포에 맞춰 ‘언론인 체포·구속 규탄 촛불문화제’로 바꿔 진행했다.
이문영 박창섭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