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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200만원 더받아 실습비엔 달랑 17만원 써”
‘등록금 차등’ 정보공개 청구·공정위 제소 집단행동
‘등록금 차등’ 정보공개 청구·공정위 제소 집단행동
서울 ㅈ대 공예학과 4학년 김아무개씨는 2학년 때인 2005년 낡은 기계로 목공예 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요즘 나온 기계들은 몸이 닿으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지만, 김씨가 쓴 것은 낡은 수동식 기계였다. 김씨는 “예술대생들은 학기마다 실습비 명목으로 100만원가량의 등록금을 더 내는데, 학교는 대체 그 돈을 어디에 쓰고 기자재 하나 바꿔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예술 전공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에 견줘 열악하기만 한 실습환경을 개선해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예술대연합)은 27일 오전 교육과학기술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후된 실습환경 때문에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사례를 공개하고, 교과부에 계열별 등록금 차등 책정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를 요구했다.
예술대연합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 예체능계열 학생 1명당 평균 등록금은 연 790만원으로, 590만여원을 내는 인문사회계열보다 200만원가량 많았다. 대학들은 예술계열 등록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이유로 ‘실습비와 기자재 구입비’를 들고 있지만, 실제로 예술대 학생 1명에게 돌아가는 실습비는 17만3천원으로, 인문사회계열(5만9천원)에 견줘 11만4천원이 많을 뿐이다.
송상훈 예술대연합 집행위원장(중앙대 영화학 4)은 “예술대생들에게 더 비싼 등록금을 걷고도 정작 실습비나 기자재 구입비로 쓰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예술대 학생들은 낡은 기자재와 부족한 실습비 때문에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술대연합이 전국 7개 대학 1261명의 예술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2%가 “등록금을 낸 것에 견줘 실습비 등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예술대연합은 이날 석조 공예를 할 때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데도 방진마스크 등을 전혀 지급받지 못해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는 조소과 학생과, 도자기를 구울 때 쓰는 가스 가마가 낡아 만성두통을 겪는 도예과 학생 등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예술대연합은 교과부를 상대로 계열별 등록금 차등 책정 근거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한편, 각 대학들의 일률적인 등록금 차등 책정을 ‘부당공동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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