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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골병’드는 법원 속기사

등록 2009-04-03 19:25수정 2009-04-03 22:33

근골격계 질환 의심 76%…제조업보다 높아
“어떤 날은 오전 10시부터 재판을 시작해 밤 11시까지 타이핑을 하죠. 점심도 40분 만에 해치우고 쉬는 시간도 5~6분이에요. 나중엔 볼펜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아팠어요. 온종일 이어폰 꽂다가 저녁에 퇴근할 때 되면 구토가 쏠리죠.”(김아무개씨·35살)

“일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걷는데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죠. 고개를 숙여서 머리를 감을 수 없어요.”(이아무개씨·32살)

법원 속기사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3분의 2가 넘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노동건강연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법원공무원노조 속기분과가 2월23일~3월13일 전국 법원 속기사 629명 가운데 429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의심되는 속기사가 326명으로 조사 대상의 76%에 이르렀다. 목·어깨·허리·손목 등 근골격계와 관련한 7개 부위 가운데 세 부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한 사람은 86%나 됐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통증의 빈도·정도·기간 등을 고려해 자체 마련한 근골격계 유소견 기준에 따라 이들에게는 신속한 의학적 조처와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법원 속기사의 근골격계 유소견 비율(76%)은 국내 산업계 평균인 40~50%에 견줘 매우 높은 수치라고 노동과학연구소는 밝혔다. 연구소가 조사한 철도 정비직의 근골격계 유소견자 비율은 57%였으며, 자동차부품업체 노동자는 47%였다. 미국 보건연구원(NIOSH) 기준을 적용하면 속기사의 근골격계 유소견자 비율은 91.6%에 이른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한편, 장시간의 이어폰 착용으로 귀가 울리는 ‘이명’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44.5%로 절반에 가까웠다. 난청 선별 설문지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속기사의 60.5%가 ‘청력이 손실된 느낌이 든다’고 응답했다. 이서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처장은 “이어폰 소리가 작업장 소음 기준을 넘지 않지만, 장기간 주의력을 집중해 듣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노동건강연대가 법원 5곳의 48개 작업장을 조사했더니, 법정 안의 책상과 의자가 너무 높거나 낮아 업무에 부적절한 경우가 책상 85.7%, 의자 90.5%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속기사는 법정에 들어가 속기 기계로 피고인 진술 등 재판 과정을 기록하고, 사무실에서는 녹음된 공판 내용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고쳐 쓴다. 계약직은 근로계약서에 사무보조 업무도 하도록 돼 있어 차 심부름, 사무실 정리 등도 도맡는다.

김철홍 노동과학연구소장은 “제조업 등 다른 직종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은 놀랄 만한 결과”라며 “근골격계 질환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속기사의 정기 검진과 법원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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