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골프채로 나라 지키냐” 비판 쏟아져
평일 근무 시간에 골프를 친 군의관들을 구속하며 시작된 군의 ‘평일 골프 조사’가 전체 간부로 확대되면서, 평일 골프를 친 현역군인이 연인원 9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가 ‘골프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이번 조사의 수습책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군의관 구속 뒤 평일 골프 조사를 전군으로 확대한 결과, 지난해 전국 32개 군 골프장에 출입한 현역 군인이 9만6천명(연인원 기준)이 넘었다고 밝혔다. 전군의 부사관, 군무원, 장교를 합친 인원이 10만명 가량이므로, 전군의 간부들이 한 번씩은 근무 시간에 골프를 쳤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진 뒤 인터넷에서는 ‘골프채로 나라지키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9만명이 넘는 수치는 평일 군 골프장을 이용한 횟수의 누계로, 실제 평일에 골프를 친 인원은 이에 휠씬 못미친다”며 “지난 번 군의관들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사유없이 10회 이상 평일 골프를 친 현역군인은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군 내부는 벌집을 쑤신 것 같은 분위기다. 평일 골프를 친 현역들은 지난주부터 ‘정당한 사유’를 소명하느라 업무에 손을 놓고 있다.
현역들의 소명을 보면 사연도 가지가지다. 한 고위장성은 동명이인들의 골프장 출입기록이 모두 합산돼 ‘평일에 300번 골프를 쳤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군 교육기관에서 교육 중인 장교들의 경우, 수업이 없는 날에 친 골프가 문제의 ‘평일 골프’인지 ‘휴일 골프’인지가 논란거리다.
근무표를 수정하지 않은 채 당직근무 날짜를 바꾼 뒤, 당직 다음날 쉴 때 골프를 쳤다는 주장도 속출했다. 이런 경우엔 근무를 바꿔준 사람이나 지휘관이 근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 장교들은 “몇 달 전이라면 몰라도 2~3년 전 당직 근무를 바꾼 날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황당해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번지자, 국방부는 최대한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평일 근무시간 골프를 일벌백계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미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겠지만, 이미 군이 너무 큰 상처를 입어 현실적 수준에서 수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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