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대학교(총장 노재봉) 부총장이자 최근까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특보를 지낸 황인태(45)씨가 18일 학생들의 등록금 38억여원을 횡령·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로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황씨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돈세탁 브로커 이아무개(35·구속)씨와 짜고 38억3천여만원을 횡령·유용하고 법인세 등 세금 4억8천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황씨는 2000년 서울디지털대 설립을 주도한 뒤 이 대학의 부총장과 대학운영 용역업체인 매경휴스닥㈜ 대표를 겸임해 왔다. 경찰은 황씨가 이 회사를 통해 대학의 학교 홍보나 입시 광고, 전산시스템 등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회계서류를 조작해 학교로부터 비용을 받아내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고 밝혔다.
경찰은 “황씨는 이 돈을 주식투자 6억~7억원, 개인 빚 변제 6억~7억원, 경마 4천만원, 지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 위한 선거사무실 운영비 2억~3억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황씨가 ‘2002년 대선 때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쪽에 1억원 가량을 지원했으며, 2003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최병렬 한나라당 전 대표 쪽에 2억원 가량을 지원했다’고 진술했으나, 이 후보 쪽과 최 전 대표 쪽은 이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논설위원 출신인 황씨는 이회창 대통령 후보 사이버자문위원, 최 전 대표 디지털특보를 역임했다. 경찰은 황씨가 현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디지털특보라고 밝혔으나,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황씨가 특보를 사임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해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4번으로 출마해 현재 전국구 승계 2순위자다.
그러나 이 대학 정주식 고문변호사는 “횡령 혐의 금액 가운데 학교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2억2천여만원에 지나지 않으며, 매경휴스닥이 학교에 청구한 금액 가운데 20억원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고 4억원 가량은 청구조차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는 설립 초기 자금 부족 때문에 이 회사의 자금 지원을 받아 왔으며, 지금까지 회사 쪽에 7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비를 횡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수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대학에 대한 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일경제 쪽은 “황씨가 근무한 바는 있지만, 매경휴스닥과 매경은 현재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형섭 강성만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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