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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보안관찰법 ‘족쇄’에 묶인 노년

등록 2009-04-17 21:21수정 2009-04-17 21:23

조상록(65)씨
조상록(65)씨
국가보안법 위반 ‘21년 옥살이’ 재일동포 조상록씨
“일생을 이렇게 보낸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입니까. 사는 동안만이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이런 인생이 있는가 싶어 서글퍼지네요.”

사면복권뒤 신고없이 일본으로
여권재발급 안돼 불법체류 될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왕년의 투사’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한겨레>와 만난 조상록(65·사진)씨는 21년의 옥살이 뒤에도 보안관찰법의 족쇄에 묶여 이국 땅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기막혀했다.

“일반 사람들은 보안법이나 보안관찰법이 다 없어진 줄 알고 있을 거예요. 외국에서는 한국을 민주국가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의 민주화 현실은 나의 현실과 같아요.”

조씨는 1978년 일본 메이지대학 대학원 재학중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형을 선고받고 21년 뒤인 99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03년 4월 사면복권 뒤 정식 여권을 발급받아 그해 8월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지난해 여권 기한 만료를 앞두고 한국대사관을 통해 여권 연장을 신청한 그는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2004년 보안관찰법 위반죄로 궐석재판을 통해 벌금 50만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신원조회 결격사유’에 해당해 재발급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혐의로 3년 이상 형 선고자 등의 동향을 감시하는 보안관찰법 제도 자체를 거부한 것이 끝내 화근이 됐다. 그는 석방되기 전 보안관찰법 신청서 작성을 강요받았으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석방 이후에도 보안관찰법상 ‘3개월마다 관할 경찰서에 활동 상황 등 보고’ 의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2003년 8월 일본 출국 때도 관할 경찰서에 정식 여행신고를 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면 그것으로 끝난 줄 알았다고 한다.

주일 대사관의 영사업무 관계자는 “조상록씨는 사면복권됐을지라도 실정법을 위반했으므로 형법상 ‘해외도피’에 해당해 여권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비자만료 기간인 올 9월까지 여권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될지라도 일본에 그대로 눌러앉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지었다. “한국에는 나이든 누나밖에 없고 생활 기반도 없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 여권을 신청하라고 하지만 신청해도 나올 리가 만무하지요.” 석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순을 넘긴 그에게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덧씌워져 있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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