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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면 안돼” 6살 딸 깨워도 “…” 남편 의식잃으며 “여보 미안해”

등록 2005-05-19 02:19수정 2005-05-19 02:19

지난 15일 일어난 레저용 보트 침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구자희씨가 입원중인 경기 시흥시 한 병원에서 비극적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5일 일어난 레저용 보트 침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구자희씨가 입원중인 경기 시흥시 한 병원에서 비극적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대부도 보트사고’ 유일 생존자 14시간 사투기

“남편과 5살난 딸이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바닷물에 잠긴 채 의식을 잃으며 죽어가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 입파도 근해에서 발생한 레저용 보트 침몰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구자희(30·여)씨가 자신이 겪은 ‘비극’을 A4 용지 2장 분량의 메모를 통해 밝혔다.

구씨는 15일 오전 4시10분 경기도 화성시 입파도에서 야유회를 마친 큰 오빠인 구자훈(39)씨 가족과 매제 김심환(33)씨 가족 등 두 가족 14명 가운데 1차로 8명이 구씨 소유의 1t급 레저용 보트에 몸을 싣었다. 목적지는 차량을 두고 떠나온 대부도 전곡항이었다.

그러나 ‘운항을 시작한 지 30분 가량 지났을까’ 보트가 그물에 걸렸는지 보트 앞부분이 들리면서 갑자기 배가 가라 앉기 시작했다.

“배에 물이 차고 있다”고 보트를 조종하던 구자훈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터져나왔다. 상황은 순식간에 전개됐다. 보트 뒤 쪽에 탔던 구씨의 여동생 자희씨가 딸 도연(6)양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도연이는 “아빠 119신고해”라고 소리쳤다.

모두 바닷물에 빠진 상태에서, 자희씨는 보트 앞부분을 붙잡고 있는 남편 김심환(33)씨에게 “아빠 어떻게 해야 돼?”라고 소리치며 물었다. 김씨는 “그 옆에 동그란 거(김양식장 부표) 붙잡고 있어. 내가 갈께”라고 답했다.


보트 주인 구자훈씨는 평소 수영실력이 뛰어났다. 수영을 할 줄 알았던 구자훈씨는 사태를 어떻게 든 수습하보려고 주변을 헤엄치며 다녔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모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파도도 잔잔했다. 모두들 “지나가는 배만 있으면 금방 구조될 수 있것”이라며 서로 격려하며 버텼다. 가족들 가운데 어른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물 위에 떠 있는 6살, 5살, 3살바기 여자 어린이 3명을 향해 '곧 구조될거니까 조금만 참자'라는 말로 다독였다.

얼마 쯤 시간이 흘렀다. 먼발치에서 보트가 두번 지나는 것이 보였다. 자희씨는 양식장 말뚝을 딪고 일어서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일제히 ‘살려 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무심한 보트는 이들을 보지 못한 채 멀리 사라져갔다.

이후로 밤이 찾아왔고 물 위에 떠 있던 식구들도 지쳐만 갔다.

여섯살짜리 도연이도 물 위에서 벌인 사투에 힘이 부치고 있었다. “자면 안 돼”라며 엄마 자희씨가 있는 힘을 다해 도연양의 구명조끼를 흔들었지만, 애타는 자희씨를 뒤로 하고 의식을 잃었다. 남편 김씨도 “여보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만 남긴 채 의식을 잃어 갔다.

남편과 딸이 의식을 잃은 것을 지켜본 자희씨는 대성 통곡을 하고 있자 어디선지 “아가씨, 아가씨”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온 오빠 부인인 올케가 “너무 추워서 안되겠다. 먼저 가야 되겠다”는 말만 되풀이 서로 부둥켜 않고 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나 올케는 해뜨기 직전에 의식을 잃었다.

그는 남편, 딸, 오빠 등이 숨져가는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검은 바다 위에 눈물을 쏟아내는 일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14시간 사투끝에 구조된 자희씨는 “구조가 조금 일찍 됐어도 한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 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인천/글·사진 김영환 기자


해경 늑장대응 의혹 눈초리

대부도 보트 전복 일가족 7명 익사 사건은 해경의 늑장 대응으로 사고가 커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해경은 18일 “사고 당일(15일) 밤 9시24분께 사고보트가 실종됐다고 판단한 전곡출장소 이아무개 순경의 보고에 따라, 영흥도 부근에서 근무중이던 P-100정과 대부파출소에 있는 순찰용 S-37정 등 경비정 4척을 출동시켰다”며 “이들 경비정은 다음날 0시25분~2시 사이 현지에 도착해 야간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해경은 또 “헬기는 야간 수색이 곤란해 다음날 새벽 출동시켰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연안정치망, 김양식장이 많고 수심이 얕아 야간 수색에 한계가 있으며, 이날 안개까지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신고자 “오후 6시30분께 첫 신고”
해경 “밤 9시24분 실종 판단 출동”

그러나 해경에 실종 신고를 했던 유족 구자경(29)씨는 사고 당일 오후 6시30분~7시 사이 전곡출장소에 첫 신고를 했으나 “사고보트가 귀항했다”는 답변을 들었고, 오후 7시25분께에도 다시 실종 신고를 했다며 해경의 늑장 대응을 주장했다.

그는 “밤 10시께에야 해경으로부터 ‘어두워 헬기를 띄울 수는 없으나 해경정이 인천에서 9시40분께 출동했으니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음날인 16일 새벽 3시께엔 “휴대폰 위치를 추적해 대부도 부근 해역으로 경비정이 가는 중”이라고 연락을 해경으로부터 받았다고 구씨는 말했다.

이와 함께 구씨 등 유족들은 “밤새 조난 지역에서 해경의 사이렌 소리나 서치라이트를 듣거나 본 적이 없다”며 경찰의 수색 여부에도 의구심을 표시했다. 14시간 사투 끝에 극적으로 혼자 살아남은 언니 자희(30)씨는 이날 “새벽녘까지 올케(구자훈씨 부인)와 서로 껴안고 추위를 버티며 발버둥쳤다”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섬 마을의 불빛은 보았지만 해경 경비정의 불빛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경은 “전곡출장소의 통화기록을 조사한 결과, 구씨와 전곡출장소 사이의 최초 통화시각이 15일 오후 7시55분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시각 이전에 전곡출장소에 전화를 했다는 구씨의 주장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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