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슬레이트’ 농가 31만채 먼지에 위험노출
30~40년 전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전국의 낡은 농가 주택 31만채가량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 먼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 조사가 나왔다. 이런 주택의 지붕 아래 일부 토양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 또 대도시 도심의 슬레이트 지붕 주택에서도 석면이 방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슬레이트 지붕 주택 전반에 걸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2일, 지난해 4월~올해 1월 전국 농가 981가구를 대상으로 한 석면 함유 물질 사용 실태조사에서 38%인 372가구(본채 기준)의 지붕이 슬레이트로 이어져 있고, 이 가운데 67%인 249가구의 지붕이 1960~70년대에 설치돼 석면이 날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를 2007년 기준 농가 123만 가구(통계청 집계)에 적용하면, 슬레이트 지붕이 낡아 석면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는 농가가 3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했다. 별채나 창고, 축사 등 부속 건물의 지붕에 슬레이트를 쓴 농가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의 82%인 805가구에 이르며, 이들이 쓰고 있는 슬레이트 양은 총 1412톤(가구당 1.75t꼴)으로 집계됐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토양 시료 46개 가운데 16개에서 석면이 검출돼, 슬레이트 지붕에서 석면이 빠져나와 날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김현욱 가톨릭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1960~80년대에 지은 슬레이트 지붕 주택 6채를 골라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과 눈 녹은 물을 받아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김 교수는 “빗물로 방출된 석면이 마르면 대기 중으로 흩날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슬레이트 지붕재에는 10% 안팎의 석면이 함유돼 있지만, 시멘트와 단단히 결합돼 있어 일부러 부수지 않는 한 평상시에 흩날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환경부는 “오래돼 낡은 슬레이트에선 풍화와 침식으로 표면 결합력이 약화되면서 먼지로 날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현욱 교수는 “노후한 슬레이트 지붕에는 임시로 비산 방지제를 뿌려 방출량을 최소화하고, 결국엔 모두 비석면 자재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종선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슬레이트 지붕의 철거와 개량 비용으로 가구당 300만~400만원이 들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와 철거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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