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씨 49재…진실도 묻히나 고 장자연씨의 유족과 친지들이 24일 오전 전북 정읍시 내장산 벽련선원에서 49재를 지낸 뒤 뒷마당에 마련된 화로에 옷가지·사진 등이 담긴 고인의 유품을 넣어 태우고 있다. 정읍/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성상납 의혹 못밝힌 채 9명 입건…경찰수사 ‘변죽만’
조선일보 고위임원, 김씨 일정표 등장하는데도 무혐의
조선일보 고위임원, 김씨 일정표 등장하는데도 무혐의
탤런트 고 장자연(29)씨의 성상납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24일 ‘용두사미’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경찰은 41명의 전담팀을 꾸려 40일이 넘도록 수사를 벌였지만,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유력 인사들이 성상납과 술시중의 대상이었는지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성상납 등을 강요한 장씨 소속사 대표 김아무개(40·일본 도피중)씨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일보> 고위 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술접대 강요, 강제추행, 명예훼손 등 혐의로 9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9명은 금융인 3명, 기업인 1명, 드라마감독(PD) 2명, 연예기획사 대표 1명과 장씨 소속사 김 대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아무개(29)씨 등이다. 경찰은 이밖에 언론인 1명과 드라마감독 3명 등 4명에 대해선 “장씨를 한 번 정도 만난 사실이 확인되나 혐의 정도가 낮아 내사중지 처분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내사중지 처분을 당한 언론인은 조선일보 고위 임원의 아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관심이 집중된 조선일보 고위 임원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한 이유로 이 고위 임원이 △장씨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통화기록 조회 결과 김 대표와 통화한 사실이 없고 △김 대표의 일정표에 ‘언론사 대표 오찬’이라고 나오는 시간에 알리바이가 성립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발표 하루 전인 23일에야 이 임원을 방문조사해 진술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대표의 일정표에 왜 이 임원이 등장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장씨와 함께 문건을 작성한 전 매니저 유씨를 상대로 고위 임원의 존재에 대해 수사를 했는지, 수사를 했다면 유씨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등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달아난 김 대표를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력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 고위 임원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판단대로라면 숨진 장씨는 자신이 지장까지 찍은 문건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무고했거나, 다른 사람을 착각한 셈이어서 ‘왜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며 잘못을 했을까’라는 근원적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한풍현 분당서장은 “피해 사실을 증명할 피해자가 사망했고, 중요 피의자가 외국으로 달아나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장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정황이 드러난 금융인 등 7명 가운데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모두 ‘입건 뒤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장씨의 자살 원인에 대해 “술자리·잠자리 등 강요가 계속되고 타이 골프접대를 거부한 데 따른 소속사 전 대표 김씨의 보복조처(차량 매각) 등으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남/김기성 권오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성남/김기성 권오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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