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없다” 맞설듯
소환조사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검찰에 낸 답변서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14년 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와 어떤 차이를 보일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출석을 요구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환에 앞서 “대국민 사과성명과 다를 바 없는”(당시 수사관계자) 소명자료를 낸 뒤, 검찰 조사에서도 묵비권에 행사에 가까운 답변 태도를 보였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추궁하는데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철저한 ‘오리발’ 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돈을 준 기업과 사용처 등을 묻는 질문에 미리 교육이라도 받고 나온 듯 ‘모른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오전에 소환돼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6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아야 했다.
소환 요구에 불응하다 체포·압송돼 반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일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진술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때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대통령 재가 없이 연행한 경위에 대한 질문에, “연행 계획이 누설될 경우 수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부득이 사후재가를 받았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사 도중 “정치적 보복”이라며 여러차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고, “그럴 필요가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며 ‘확신범’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또 단식으로 검찰의 추궁에 맞서기도 했다.
같은 시기 검찰의 조사 대상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임 중 국정행위에 대해 일일이 조사받아야 한다면 국정을 소신대로 처리할 수 없다”며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로서 형사소송법과 수사·재판 절차를 꿰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형태의 진술 태도를 보일 것으로 검찰은 예상하고 있다. ‘직접증거 없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검찰에 강한 불신을 나타낸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조사에서도 답변서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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