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변해도 못잊을 그 이름 ‘지현옥’
안나푸르나서 실종
10주기 추모제 열려
10주기 추모제 열려
“산악인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지현옥 대장을 데려갔으니까요.”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비운의 여성 산악인 고 지현옥씨의 10돌 추모제가 열린 28일 오후, 서원대 지현옥 흉상 앞에서 만난 여성 산악인 최오순(42)씨의 말이다. 최씨는 1993년 지씨와 함께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최씨는 “지금도 함께 산을 올라야 하는데 이렇게 서원대 언덕을 오르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그래도 안나푸르나 언덕에서 늘 우리를 지켜주니까 든든하다”고 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히말라야 8천m급 고봉 14곳을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49)씨, 충북산악연맹 연방희(56) 회장 등 산악인들이 참석했다.
엄씨는 추모사에서 “현옥이는 산으로 갔지만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도전 정신은 우리 산악인들의 가슴에 그대로 남았다”며 “그를 이을 산악인과 도전 정신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충북산악연맹 김웅식(44) 전무 등 지역 산악인 7명은 ‘지현옥 추모 등반대’를 꾸려 지난 17~23일 지씨가 묻힌 안나푸르나에서 추모제(사진)를 했다. 김 이사는 “제를 지낸 뒤 현옥이 형이 자꾸 눈에 밟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언제나 변함없는 형의 그 사람 좋은 웃음이 사무치도록 그립다”고 말했다.
59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지씨는 서원대 산악부 출신으로 93년 에베레스트를 오른 데 이어 98년 여성으로는 세계 처음으로 가셔브럼 2봉(8035m)을 무산소 등정하는 등 8천m이상 봉우리를 가장 많이 오른 한국 여성 산악인이다. 지씨는 99년 4월 두번째 안나푸르나 등반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가 실종됐다.
한국여성산악회는 ‘지현옥 등반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충북산악회 등은 9~11월께 ‘지현옥 등반대회’를 열 계획이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산악연맹 제공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산악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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