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인플루엔자 비상]
전문가 토론회…“국가 대응체제 강화해야”
전문가 토론회…“국가 대응체제 강화해야”
돼지인플루엔자(SI) 바이러스가 수천만명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는 유전적 특성이 크게 다르고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보다 병독성이 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에스아이 바이러스 유전자가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고병원성 바이러스(H5N1) 유전자와 뒤섞일 때엔 강력한 새 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국가 대응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돼지인플루엔자의 과학적 실체와 대응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여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견해를 밝혔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삼성의료원 고문)은 “에스아이 바이러스가 변종이며 독성이 강하고 빠르게 전파한다는 세 요건을 갖추고는 있지만 병독성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병독성이 멕시코에 국한한 지역적 특성을 나타내는 데다 감염자·사망자 숫자에도 허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해 면역력도 낮고 의료시설도 적었던 1918년 인플루엔자 때와 지금은 다른 상황”이라며 “에스아이에 충분히 조심하고 대비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김철중 충남대 교수(수의학)는 “이번에 퍼진 바이러스는 1918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H1N1형이지만 유전적 변이의 특성이 다르다”며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빠져나올 때 쓰이는 유전자(NA)와 바이러스 내벽을 구축하는 유전자(M)가 알려진 유전자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H1N1(5%), H1N2(70%), H3N2(25%)가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 에스아이 바이러스와는 다른 유전적 변이 특성을 지녀 별 문제 없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사람과 동물을 넘나드는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국가의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백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사람한테 질병을 옮기지 않도록 (바이러스 유전자들이 뒤섞이는 숙주 동물인) 돼지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선 건국대 교수(수의학)는 “에스아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면 사람한테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숙주인 돼지 몸에 들어가 큰 해를 끼치거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 수도 있다“며 감시 강화를 주문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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