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잇단 돌연사와 작업장 시설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30일 한국타이어 노동자 추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은 그동안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논란을 빚었던 ‘고무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노출 농도 수준이 0.086㎎/㎥~0.179㎎/㎥로, 영국 노출 기준인 0.6㎎/㎥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고무흄은 타이어를 틀로 찐 뒤 뚜껑을 열 때 방출되는 수증기로,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방향족 탄화수소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한국타이어의 조직문화는 근로자를 통제하고 생산을 위한 경쟁을 장려하고 있다”며 “근로자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2007년 이전 한국타이어는 보건관리체제의 법적 요건은 갖췄지만, 효과적인 산업보건관리가 수행되지 않았고 전문성도 뛰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이를 토대로 △산업보건 전문가 중심의 전담 독립부서 구축 △외부 산업보건 전문기관과 교류 △근로자 기초질환 관리 등을 할 것을 한국타이어에 권고했다.
숨진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공단의 결정에 반발했다. 고은아 한국타이어 대전공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고무흄에 저농도로 장시간 노출됐을 때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상철 단국대 교수(산업의학)는 “스트레스 지수·심리적 불안감 등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지배하는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며 “고무흄뿐 아니라 각종 위해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족 등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2007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역학조사를 벌인 공단은 돌연사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조직문화와 고무흄이 원인일 개연성이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추가 역학조사를 벌였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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