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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택시 부가세 경감액 ‘가로채기’ 만연

등록 2005-05-19 19:12수정 2005-05-19 19:12



정부지침 “운전자에 전액지금” 불구
전국사업장 98%서 “다 받은적 없소”

“부가세 경감액이요?”


19일 서울 관악구 ㅅ택시회사에서 만난 ㄱ(50)씨는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액을 받고 있느냐”고 묻자, “회사들이 탈세를 하고, 경감액을 다 먹는다는 걸 모두 알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1월 이 문제를 제기했던 운전사는 해고됐다고 한다. 이 회사 노조위원장은 사장의 친척이다. ㅇ(45)씨는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3만4천원이 경감액이라고 나오는데 원래 7만5천원이 나와야 한다”며 “불만이 많지만 불이익을 당할까봐 모른 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붙인 공고문 밑에 누군가 “5만원~6만원 더 달라”는 낙서를 해놓았다.

정부지침 무시되는 현장 = 정부는 4월 초,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택시 부가세 경감액을 모두 택시 노동자 개인에게 현금으로 주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지침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정부는 1995년 하반기부터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쓰도록 부가세를 절반으로 경감했다. 노동자 처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와는 달리 법에는 단지 50%를 경감한다는 것만 들어간 것이 허점이었다. 사업주와 노조 쪽이 이 틈을 파고들어 노동자 개인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온 것이다. 지난해 5월 노동자가 이 문제로 분신까지 하며 “내 몫을 돌려달라”는 항의를 하자, 국회는 지난해 말 애초 입법 취지를 명확하게 담은 조항을 조세특례제한법에 신설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한 경감액은 서울에서만 113억원, 해마다 전국적으로는 1천억원 안팎에 이른다.

사업주들은 정부의 지침에도 아랑곳없이 “이미 임금에 반영됐다”거나 “다른 곳에서 주면 고려하겠다”고 발을 빼고 있다. 김수용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사업장별로 요구가 다양하고, 현금으로 주면 보험료나 퇴직금 등에서 사업주들에게 추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경감액을 모두 현금으로 받는 곳은 258개 택시회사 가운데 민주노총 계열인 서울 중랑구 맹호운수 단 한군데다. 그것도 3월부터 농성투쟁 등을 해 이달부터 겨우 따낸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779곳에서 20개 안팎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의 12개 택시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부가세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노총 계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소속 회사는 노조와 사업주가 경감액을 5 대 5로 나누기로 한 관례가 여태껏 유지되고 있다. 전택노련은 사업주 몫에서 95년 5억원, 이후 해마다 10억원씩 복지기금을 받아왔다. 지금도 받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전택노련 전·현직 간부들의 비리 사건도 부가세 경감액으로 만든 기금을 이용해 연맹 회관을 짓는 과정에서 터진 것이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은 2003년까지 기금을 받다 지난해부터는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 계열의 사업장이든 대부분의 개별 노동자들은 제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는 ‘눈 가리고 아웅’ = 건설교통부는 지난달 8일 지침을 통해 ‘조합장 급여·활동비, 노조 사무실 운영비·건설비 등’에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침을 내린 지 12일 만에 공문으로 “조합원들로부터 경감세액의 일부를 단위노조 및 상급단체에 대한 복지기금 등으로 사용한다는 개별적 동의 또는 결의를 얻은 뒤 이를 사용자 쪽에 제시해 공제를 요구하면 이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전처럼 상급단체가 기금을 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를 마련해 준 것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쪽은 “개인이 현금으로 받는 것을 스스로 처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택노련 김성한 정책국장은 “회관을 짓겠다는 명목의 기금은 노조 사무실 건설비 등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건교부가 이렇게 사용되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엉성한 지침이 다시 노동자들을 싸움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황상철 이호을 기자 rosebud@hani.co.kr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부산노조위원장 때도 ‘경감액 비리’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의 복지기금 40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권오만(53·도피중) 한국노총 사무총장(전 전택노련 위원장)은 택시 부가세 경감액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92~98년 권씨가 부산지역 노조위원장을 지낼 때도 경감액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왔다. 부산지역은 95~97년의 부가세 경감액이 480억원이었지만 부산지역 노조는 17%인 79억원만을 받았다. 이 돈도 노동자들한테 돌아가지 않고, 대부분 부산지역 노조가 만든 복지협회로 들어갔다. 복지협회 이사장은 권씨가 맡았고, 그는 부가세 경감액으로 자금을 조성해 “교통회관을 건립하고 조합원 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협회는 96년 초 동남운수라는 택시회사를 인수하며 말썽을 일으키다 되팔았다. 당시 회계감사 보고서는 “동남운수 인수대금 지출 때 사전에 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권 이사장 개인이 일방적으로 지출했다”는 등 자금운용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권씨는 이밖에도 96년 10월 택시운전사 근무복 납품 대금을 미리 지급해 주는 등의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7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그는 회관을 세울 땅을 사면서 근처의 임야보다 세 배나 비싸게 수의계약을 한 혐의(배임)로 고발당해 검찰의 수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수배기간에 전택노련 위원장에 당선됐고, 이후 무혐의 처리됐다. 민택노련 관계자는 “부산지역의 택시노동자들은 권씨를 ‘불사조’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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