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100만 촛불대행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인 20여만명의 인파가 서울 시청앞 광장으로 나온 7월 5일 저녁, 촛불을 든 시민들이 시청앞 광장은 물론 서울 태평로까지 가득 메운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야간 옥외집회 금지’ 이어 심판대 올라
“신체 이동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도로교통법·집시법보다 무거워, 과잉 형벌”
“신체 이동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도로교통법·집시법보다 무거워, 과잉 형벌”
집회 참가자를 처벌하는 주된 근거인 형법 185조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이 이 죄의 위헌성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에 이어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을 제한하는데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두 조항이 모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는 2007년 6월 ‘한미에프티에이 저지를 위한 범국민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가 낸 위헌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 185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기타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으면 도보에 의한 신체 이동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혔다. 형법 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다는 것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보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말하는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반교통방해죄는 도로교통법(2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과료)이나 집시법(6개월 이하 징역·5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과료)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을 규정해, 과잉 형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시민단체와 법조인들은 그동안 “시위 참가자들이 교통 흐름을 방해하려는 범의가 없는데도 수사기관이 무리하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검·경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에게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일반적으로 적용해 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