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스폰을 불면 비행기도 좋아하죠
20일 오후 4시께 인천공항을 찾는다면, 은은한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대한항공 B747 수석 기장인 김정수(60·사진)씨의 색소폰 선율이다. 김씨는 이날 40년 동안 잡았던 조종간을 놓는다. 마지막 비행 뒤 은퇴식을 대신해 밀레니엄홀에서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그는 요즘 은퇴의 아쉬움을 연주회 준비로 달랜다.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질 음악회에서는 ‘터질 거예요’‘사랑이란 두 글자는’ 등 그가 평소 아끼는 음악이 연주된다. 이날 음악회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어머니 색소폰 동호회’도 우정출연 한다.
김씨는 항공대를 졸업하고 해군 조종사를 거쳐 1980년부터 대한항공 기장으로 일했다. 비행시간만 2만 시간에 이른다.
“맑은 날, 하늘에서 승객들과 함께 여러 나라의 도시 풍경을 한 눈에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가 색소폰을 배우게 된 것도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였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항공기 조종을 하려면 쉬는 동안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색소폰은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고, 마음 속 찌꺼기를 쏟아내는 데 안성맞춤이다.
김씨는 후배 기장들과 교사, 기업인, 학생 등 20명으로 짜여진 ‘푸른 소리’ 동호회도 꾸렸다. 휴일이면 경기도 부천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함께 연습을 해왔다.
처음에는 악보도 제대로 보지 못해 고생을 했지만, 3년 동안 색소폰에 푹 빠져 연습을 한 덕분에 이제는 번듯한 연주회를 열 만큼 실력을 갖췄다.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겠다”는 그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동호회원들과 함께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열고 싶습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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