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는 유디티 하사, 둘째는 국가대표 수영선수
2월부터 제주도서 맹훈련 “기필코 성공하겠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3)씨가 독도행 바닷길에 몸을 싣는다. 1980년 한국인 최초로 대한해협을 맨손으로 건넌 지 25년만이다. 이번엔 아들 성웅(24)·성모(20)씨도 함께 한다. 형제처럼 꼭 닮은 세 부자가 울릉도부터 독도까지 100여㎞의 험난한 바닷길을 여는 감격의 순간은 오는 8월초로 예정됐다. “80년 현해탄을 건널 땐 힘과 젊음으로 자연을 제압하고 싶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자연에 순응하려고 합니다. 물과 완전한 하나가 되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낙엽처럼 흘러갈 수 있죠. 물이 저를 받아 주리라고 믿습니다.” 80년 부산 다대포 앞 방파제를 떠나 13시간16분만에 일본 쓰시마 섬에 닿았을 때, 그는 28살 대학생이었다. 74년 제7회 아시안게임에서 수영으로 2관왕을 차지하며 ‘아시아의 물개’로 등극한 뒤라, 패기만만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기화로 82년엔 9시간35분만에 도버해협을 횡단했다. “무서울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반세기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체력도 떨어지고, 술도 예전만큼 못 마셔요. 나이를 못 속이는 거죠.” 인생의 황혼기가 다가올 무렵 “수영으로 살아온 한 인생, 이젠 ‘나’를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요.” 올해 2월 제주도로 짐을 싸서 들어갔다. “25년 만에 다시 한번 대마도(쓰시마)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었지요.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는데. 지난해엔 양쯔 강에서 수영 좀 하려고 했는데, 여건이 안 맞았고…. 요즘은 하루에 2시간을 걷고, 2시간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어요. 얼굴이 새카맣죠?” 4, 5월께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독도’ 제안이 들어왔다. 대한해협 60㎞는 15시간이면 건널 수 있지만, 울릉도부터 독도까지 100㎞는 감히 혼자 하기엔 무리였다.
그때 누군가 “조씨 가문이 해보라”고 했다. 마침 ‘물개’의 아들들이 수영을 못 할 리 없다. 첫째 성웅씨는 수중 폭파를 주임무로 하는 ‘유디티’(해군특수전여단) 하사로 군복무 중으로 다음달 전역하고, 둘째는 국가대표 수영 선수다. “제가 수영 연습도 가장 안 돼 있고 실력도 미흡하지만, 장남으로서 짐이 안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생과 아버지 사이에 중재자인 어머니의 구실을 제가 해내겠습니다.” 첫째 성웅씨의 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참 많이도 외로웠던” 이들 세 부자에게 독도 횡단이 더욱 의미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막내 성모씨는 티 없이 맑고 밝다. “10년 전 바닷가에 놀러갔었는데, 저는 무섭다고 안 들어갔어요. 바다에선 찬물이 갑자기 몰려와도 깜짝 놀라요.”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바다가 무섭단다. 19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 듬직한 첫째와 귀여운 막내에 둘러싸인 조씨의 웃음이 행복해 보였다. “세 부자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염원을 담아 독도에 도착하겠습니다. 아마도 한여름 밤 의 청량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세 부자의 따뜻한 ‘가족애’와 독도가 상징하는 ‘겨레사랑’을 담은 ‘울릉도~독도 횡단’은, 케이블 스포츠 채널 <엠비시 이에스피엔>이 24시간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들의 준비 과정과 독도의 역사 등을 엮은 14부작 다큐멘터리 <조오련 삼부자의 독도 아리랑>이 오는 7월1일부터 매주 2차례씩 8월15일까지 방송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엠비시 이에스피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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